25분 만에 ‘땅땅땅’, 임대차법 ‘속전속결’…통합당 반발·퇴장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30일 21시 07분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사진=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세입자에게 2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정된 지 하루 만에 본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이 개정안이 법사위와 본회의를 거치며 논의된 시간은 총 2시간 반도 채 되지 않는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명 가운데 찬성 185명, 기권 2명으로 가결시켰다. 법안의 본회의 상정부터 가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5분. 미래통합당은 “소위원회 구성, 심리와 토론도 없이 상정된 법안에 표결할 수 없다”며 반대토론에 나섰다. 통합당이 제한 시간을 넘겨 발언을 이어가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그만하라” “조용히 하라”고 야유를 보냈다. 통합당 의원들은 반대토론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찬성토론을 위해 단상에 오른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밖으로 나가는 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반대토론을 했으면 (찬성토론도) 들어야 한다. 나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위를 구성하지 못한 것은 바로 통합당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국회 상임위 강행 처리의 책임을 통합당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통합당은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억지 핑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의당도 여당의 독주에 쓴소리를 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법안 표결 전 의사진행 발언에서 “모든 의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할 입법 권한이 증발했다”며 “상임위는 당정협의, 본회의장은 민주당 의원총회와 다를 바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의당과 열린민주당 등 비교섭단체 의원들은 이날 법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통합당은 이날 표결의 결과로 전세 시장이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언을 위해 표결에 기권한 채 본회의장에 남은 통합당 윤희숙 의원은 표결이 끝난 뒤 5분 자유발언에 나서 “저는 임차인이다.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며 4년 후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겠구나 생각됐다”며 “임대인에게 집을 세놓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순간 이 시장은 붕괴하게 돼 있다”고 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은 3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 법안을 의결한 뒤 곧바로 관보 게재 등 공포 절차를 마무리하기로 했기 때문. 이에 따라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요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는 31일 관보 게재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국회는 이날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재석 187명 중 찬성 186명, 기권 1명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은 임대차 3법 중 이날 처리되지 않은 전월세신고제(부동산거래신고 특별법 개정안)를 포함해 남은 부동산 관련 법안을 다음 달 4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박민우기자 minwoo@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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