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권력기관 개편]
국정원 명칭 ‘대외안보정보원’ 변경… 국정원 국내정치 관여땐 형사처벌
일각 “방첩수사 약화 우려” 지적… 대공 정보수집 권한은 유지될 듯
당정청이 30일 발표한 국가정보원 개혁 방침의 핵심은 현재 국정원이 갖고 있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것이다. 국정원의 권한 남용을 막고 대북 및 해외 정보 수집에만 전념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된 상황에서 해외 정보망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경찰이 대공수사를 전담하게 되면 정부의 전반적인 방첩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권력기관 개혁 당정청 협의 후 “국정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칭하고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치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국내 정보 수집 및 대공수사권을 삭제하고 국회 정보위원회 및 감사원의 외부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 국내 정치에 관여했거나 수사 행위 등 불법 행위를 했을 경우 해당 직원에 대한 형사 처벌도 강화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이미 20대 국회에서 대공뿐 아니라 모든 범죄 수사권을 타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하는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정안은 국정원법 직무 규정 중 ‘국내 보안 정보’ ‘대공’ ‘대정부 전복’ 등의 용어를 삭제하고 범죄 수사권을 폐지하도록 했다. 국회 정보위가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요구할 경우 국정원 내부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거나 정치 관여 및 강제수사 적발 시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정원법 개정안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민주당 김병기 의원실 관계자는 “20대 국회 당시 발의한 법안을 일부 조정하는 수준에서 새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국정원도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라 조직 개편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 파트, 3차장이 방첩 업무를 맡아왔으나 1차장이 해외·대북 정보 수집 기능을 모두 담당하고 2차장이 방첩 업무를 맡는 대신 사이버 테러 대응 등의 업무를 맡는 과학정보본부를 승격해 3차장이 맡기로 한 것.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전문 대공수사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경찰이 전담하면 대공수사 전반에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은 혼란을 줄이기 위해선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더라도 대공 사건에 대한 정보 수집 및 조사 권한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정원에 대공 정보 수집은 허용하되 구속력 있는 수사를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앞으로 국정원이 사람을 불러 수사하거나 구속할 수 없고 반드시 경찰을 거쳐 수사 및 기소 절차를 밟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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