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원 파견해 해군 기지 막았더니 이번엔 해병대 뚫려

  • 뉴시스
  • 입력 2020년 7월 31일 15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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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기지 경계 실패에 4월 해병대 투입 결정
기강 해이 거듭 비판에 "북한 대응 중요" 불만

탈북민 김모씨 월북으로 강화도 해병대 부대의 접경 지역 경계 실패의 실상이 드러났다. 군 안팎에선 이번 사건이 올해 초부터 이어진 군 부대 경계 실패와 같은 맥락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합동참모본부가 발표한 김씨 월북 과정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강화도 연미정 일대 접경 지역 경계를 맡은 해병대원들은 김씨의 월북을 차단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렸다.

18일 새벽 김씨가 택시를 타고 연미정 근처에 도착했을 때, 그리고 월북 통로인 연미정 배수로 쪽으로 이동할 때까지 걸린 십여분 등 해병대원들이 김씨를 붙잡을 기회는 있었다. 그럼에도 해병대원들은 특이 동향이 아니라고 판단해 김씨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 결과 김씨는 월북에 성공했고 북한이 뒤늦게 월북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경계 실패의 책임을 물어 해병대 2사단장이 해임됐다. 해병대 사령관과 육군 수도군단장이 엄중 경고를 받았으며 해병대 내 여러 지휘 책임자들이 징계 처분을 앞두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해병대가 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곳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병대는 최근 해군 기지 경계를 돕는 데 투입됐던 조직인데 바로 그 해병 부대에서 유사한 경계 실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민간인이 해군 기지에 무단 침입하는 사건이 거듭되자 국방부는 지난 4월 해병대를 해군 기지 경계에 투입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놨다. 해군 기지에 해병대원을 지원해 민간이 초동 조치와 기동타격대 임무를 수행하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해군 기지가 아닌 해병 부대에서 경계 실패가 발생하면서 군 수뇌부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군은 강화도 내 수문과 배수로 경계 시설물을 점검하는 한편 해병대 경계병들을 대상으로 경계 능력 강화 차원에서 경연대회를 열고 각종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지만 이 역시 근본적인 대책이 되긴 어렵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4월에도 군은 초소 위치 조정, 윤형철조망·침투저지봉 추가 설치, 순찰로 정비, 경계용 폐쇄회로(CC)TV 운용 최적화 등 대책을 내놨지만 이번 사건을 예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잦은 경계 실패로 인한 지휘부 경질 역시 소모적인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초 잇따른 해군 기지 민간인 침입으로 해군 참모총장이 스스로 물러났고 이번에는 해병대 2사단장이 해임됐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대응 실패가 아닌 민간인이나 탈북민의 돌발 행동에 대한 대응 실패 때문에 군 지휘관들이 문책을 당하고 경질 당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내부의 돌발 행동을 차단하는 데 집중하다보면 정작 북한의 군사 동향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당시에도 해병대원들은 북한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동향을 집중 감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재 경계 작전 체계는 전방을 감시하게 돼있다. 전방지역을 TOD(열영상감시장치)나 근거리·중거리 감시카메라 등 감지시스템으로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며 “전방에서 (뭔가) 내려오는 것은 감시 장비에 의해서 통제되지만 (우리 쪽에서) 강으로 올라가는 부분이 추적이 안 된 것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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