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시장의 근간을 뒤흔드는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단독으로 밀어붙였던 더불어민주당이 3일에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취득세 등을 높이는 부동산 증세 법안을 본회의 전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했다. 미래통합당은 “부동산 정책이 아닌 증세 정책”이라고 반발했지만 민주당은 176석의 힘을 바탕으로 국회 법사위의 단독 처리를 강행했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을 4일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시킬 계획이다.
○ 슈퍼 여당, 법사위 열기도 전에 “본회의 상정”
민주당은 3일 오후 1시 45분경 홍정민 원내대변인 명의로 “내일(4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부동산거래신고법, 부동산 관련 세제 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상정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모두 오후 2시부터 열린 법사위 안건인데 법사위 시작 전부터 이미 법사위 통과에 따른 본회의 상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다른 임대차 관련법을 법사위에서 처리하면서 대체토론 등의 국회법 지정 절차를 건너뛴 것과 달리 민주당은 이날 토론 등의 절차를 지켰다. 당시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던 통합당도 이날 대체토론 등에 일부분 참여했다. 여당은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했다”는 비판이, 야당은 “무책임하게 회의장을 비운다”는 지적이 서로 부담스러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법안소위 구성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통합당 윤한홍 의원은 “소위를 구성해서 논의를 하려는 게 부작용을 거르자는 것이다. 왜 법사위가 소위 구성을 안 하려고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법안 통과에 소위가 필요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결국 통합당 의원들은 회의장을 빠져나갔고 민주당은 이날 오후 7시 17분 단독으로 부동산 관련 11개 법안을 처리했다.
11개 법안의 핵심은 증세다. 종부세의 경우 최고세율이 3.2%에서 6%로 높아졌고 법인의 주택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추가세율도 20%로 올랐다. 또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은 2주택 보유의 경우 8%, 3주택자 또는 법인은 12%로 높아졌다. 전월세 계약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는 전월세신고제 역시 이날 법사위를 통과했다. 민주당은 4일 본회의에서 이날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들의 처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합당은 4일 본회의에서 여당의 법안 처리에 맞설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원내지도부는 일단 지난달 30일 임대차법 표결 당시 본회의에서 윤희숙 의원의 자유발언이 공감대를 얻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 이번 본회의에서도 자유발언과 반대토론을 충분히 활용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가능성도 거론이 되지만 의사일정을 지연시키는 것 말고는 실효성이 없다는 반론이 큰 상황이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의 부동산 세금 정책은 시장을 교란하고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극렬하게 반발하는데도 문제를 낳는 법을 통과시키려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병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년 세법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열고 “여당의 의회 독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조세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 전문가들 “세계 어디에도 징벌 취지 세법 없어”
적지 않은 세제 전문가들은 이날 민주당이 법사위에서 밀어붙인 법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부동산 문제를 공급 확대 등 부동산으로 해결해야지 세금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가 원성의 대상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혼내는 무기’로 쓰고 있다”며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는 (다주택) 납세자도, 무주택자도 모두 대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전 세계 세법의 어느 구절에도 이런 방법으로 사람을 혼낼 수 있다는 징벌의 취지는 없다”며 “이렇게 만든 법이나 세제는 결국 나중에 다 바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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