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임대료제도’ 만지작?…“시장 왜곡된다, 수용 능력 고려해야”

  • 뉴스1
  • 입력 2020년 8월 5일 17시 27분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4아트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2020.8.5 © News1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4아트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모습. 2020.8.5 © News1
7월 임시국회에서 임대차3법을 통과시킨 여권이 후속 입법으로 ‘표준임대료제도’와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권한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특히 ‘표준임대료제도’는 기존 임대차3법의 보완재 성격이다. 정부 혹은 시장 등과 함께 구성한 위원회가 적정 전·월세 보증금의 범위를 결정해 강제하는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왜곡될 것을 우려하면서 신중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선 임대차3법에 따른 시장 반응을 충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여당과 정부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지난달 14일 표준임대료 제도 도입과 임대차 분쟁조정위의 기능 강화를 골자로 하는 주거기본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표준임대료 관련 조항을 신설하고 시·도지사가 매년 용도·면적·구조·사용승인일 등을 고려해 표준 주택을 지정, 표준 임대료를 산정하고 공고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표준 임대료 산정 시에는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은 물론 주거비와 물가지수, 지역의 임대료까지 고려하도록 했다.

여당에서는 주거기본법이 시행될 경우 기존 임대차3법의 한계이자 우려점으로 지목된 4년마다 전세보증금 폭등을 제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와 학계에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표준임대료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이 왜곡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입맛에 따라 시장의 임대료 수준이 결정되면서 시장의 자율성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윤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시장에 가이드라인을 주고 그 안에서만 움직이라고 강제하는 것”이라며 “시장의 왜곡이 생기고 이를 우회하기 위한 각종 불법·탈법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어떻게 계량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장에는 전세, 월세 외에도 반전세 등 다양한 계약의 형태가 존재하는데 전부 제각각인 보증금과 월세의 비율, 주택의 상태 등을 일일이 조율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함 랩장은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임대사업자부터 도입을 하든지 해야지, 시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는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임미화 전주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 일부 국가 일부 도시에서만 하는 제도로 안다”라면서 “지금은 임대차3법에 따른 시장의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고 신중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 학계에서도 이에 대한 도입 논의와 연구는 많이 되지 않은 수준”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정치적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꼭 결과도 선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여당의 입법 분위기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사유재산의 처분과 가격을 직접적으로 강제하는 내용인데, 위헌 소지도 있다”며 “(입법을) 강행하면 임대차3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정부도 이러한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분위기다. 정부 관계자는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전·월세 신고제를 통해 시장의 분위기에 대한 상당량의 데이터를 쌓아야 실질적인 제도 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일 국회 문턱을 넘은 전·월세신고제는 내년 6월부터 시행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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