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 없이 긴 장마에 기습폭우가 더해지며 전국이 수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야권에서 ‘4대강사업’ 재평가 움직임이 꿈틀대자 여권과 환경단체는 오히려 ‘MB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MB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미래통합당 의원은 9일 자신의 SNS를 통해 “4대강 사업을 지류와 지천으로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를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며 현 정부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며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송석준 의원도 “전국적 수해를 보며 4대강 정비를 안 했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처참해졌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물관리를 일원화하겠다며 국토부에서 홍수관리 등 수자원 업무를 환경부로 가져갔다. 그 후 이렇게 홍수를 당하고 있다”고 가세했다. 송 의원은 국토부 출신으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장을 지낸 재선 의원이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역시 “MB 시절 4대강 정비에 이은 지류, 지천 정비를 하지 못하게 그렇게도 막더니, 이번 폭우 피해가 4대강 유역이 아닌 지류·지천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이제 실감하는가”라고 비판했다.
야권의 잇단 수해 책임론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윤건영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말 어처구니 없다”고 발끈했다. 윤 의원은 “4대강 사업의 폐해는 이미 온갖 자료와 연구로 증명됐다”며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당신들의 과오가 용서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범여권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도 이날 낙동강 합천창녕보 상류 둑이 붕괴됐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미래통합당은 낙동강 둑이 무너졌으니 뻘쭘하겠다”고 꼬집었다.
4대강 보 철거를 주장해온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는 “보는 홍수를 막아주는 기능이 아니라 홍수를 조장하는 시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목사는 “섬진강 제방이 아니라 낙똥강 보를 무너뜨려 주지”라는 글을 올렸다 비판을 받기도 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다 야권과 시민사회·환경 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자 ‘4대강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여당 내에서조차 MB계와 각을 세우던 친박(친박근혜)계 반발이 적지 않았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4대강사업 후속사업은 무산됐다. 박근혜정부와 문재인정부에서 감사원이 잇따라 실시한 조사에서도 ‘4대강사업’의 홍수예방 효과는 없거나 매우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의 4대강사업 재평가 목소리는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집중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4대강사업 이후 ‘녹조라떼’ 부작용과 각종 비리 사건은 쏙 빼놓은채 정치공세 빌미로만 활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긴 장마와 온난화 영향에 따른 변화된 폭우 패턴 등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제 와서 그런 얘기해봐야 욕만 먹는다”며 “잘못한거 인정하지 않으면, 변명하느라 곤욕만 치르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50점 따고 들어가는데, 꼭 쓸데 없는 말을 보태서 점수를 까먹는다”며 “이는 통합당이 아직도 자기 세계에 갇혀서 민심과 교감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싸움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싸울 장소를 고르는 것이다. 그 이슈를 왜 물어? 대체 뭘 얻겠다고”라며 “덮어둬야 할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내야 새삼 욕만 먹을 뿐인데. 저 사람들, 이 시점에 MB를 소환해서 대체 무슨 이익을 얻겠다는 건가”라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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