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당국이 총 300조 7000억 원의 국방예산이 투입되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을 10일 발표하면서 향후 건조할 4000t급 잠수함 3척을 핵추진잠수함(핵잠)으로 개발할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핵잠은 북한의 핵·마사일 위협에 대처하고, 주변국을 견제할 핵심 전략무기로 꼽힌다.
현재 군은 2030년대 초까지 3000~4000t급 잠수함 9척을 전력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1번함(도산안창호함)은 2018년 진수돼 2022년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1~6번함은 재래식 추진(디젤엔진 및 연료전지)으로 결정됐지만 7~9번함(4000t급)은 아직 추진 방식이 결정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4000t급 잠수함의 핵추진 가능성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현 단계에선 언급하기가 부적절하다. 적절한 시점에 얘기할 기회를 갖겠다”고 답했다. 7~9번함을 핵추진 방식으로 건조할 여지를 열어둔 것. 이를 두고 군이 사실상 4000t급 잠수함의 핵잠 건조 방침을 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지난달 고체연료 추진체 개발 허용을 골자로 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을 발표한 후 방송 인터뷰에서 “차세대 잠수함은 핵연료를 쓰는 엔진을 탑재한 잠수함”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미 원자력 협정과 핵추진잠수함은 별개이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강조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핵잠의 도입 의지를 재확인했다. 군 안팎에서 현 정부 임기(2022년 5월)내 핵잠 개발의 공식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은 핵잠 개발의 기술적 여건을 모두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독일과 대등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설계 건조 기술은 물론이고 3000~4000t급 잠수함용 소형 원자로 제작 능력도 보유하고 있기 때문. 결심만 하면 프랑스의 바라쿠다급(4700t)과 맞먹는 핵잠을 6,7년 내 전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자는 “(핵잠용 저농축 우라늄 확보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만 얻어내면 핵잠 개발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의 전략적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북한이 여러 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장착한 신형잠수함(3000t)의 전력화를 목전에 두고 있고, 중국·러시아도 신형 핵잠을 속속 배치하는 상황에서 우리도 ‘상응 전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군 소식통은 “은밀성과 공격력에서 재래식 잠수함을 압도하는 핵잠은 북한과 주변국을 견제할 전력”이라고 말했다. 군은 이날 경(輕)항공모함 도입도 공식 발표했다. 수직이착륙 전투기(F-35B 스텔스기 유력) 10여 대를 탑재한 3만t급 경항모는 내년부터 사업에 착수해 2030년대 초 전력화할 계획이다. 경항모는 한반도 인근 해역과 원해 해상교통로를 보호하는 해상기동부대 지휘함으로 활동하게 된다. 또한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서 수도권을 방어할 ‘한국형 아이언돔’과 북한 및 주변국을 감시할 초소형 정찰위성(2025년 이후)의 개발도 본격 추진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을 2026년 이후까지 지금보다 3배가량 확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편 병사 월급은 2025년까지 96만 원(병장 기준)으로 인상되고, 예비군 훈련 보상비도 지금(4만 2000원)보다 3배 가량 올릴 계획이라고 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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