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술-남한 설탕 ‘물물교환’, 제재 뛰어넘어 현실화되나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10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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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물로 대가 지급해 대량 현금 이전 논란 없고
교역품목 술·설탕 농산가공품이라 비제재 대상
운송수단 제재 면제도 안 거쳐…육로 추진될 듯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제재 관련성 검토 필요
통일부 "해당 단체만 제외하고 추진할 수 있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구상하는 남북한 간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이 유엔의 대북 제재망을 뚫고 현실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통일부는 우리측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이 북측 단체와 북한의 개성고려인삼술, 들쭉술 등을 남한의 설탕과 맞바꾸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힘에 따라 물품 반출·반입 승인을 검토하고 있다.

이 장관은 취임 전부터 남북 협력사업을 가로막는 대북 제재를 뛰어넘을 상상력이 필요하다며 금강산·백두산의 물, 대동강의 술을 우리 쌀·약품과 교환하는 방식의 작은 교역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물물교환 방식의 교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채택한 결의 2087호 이후 금지된 ‘벌크 캐시(bulk cash·대량현금)’ 이전 논란을 피할 수 있어 주목된다.

벌크 캐시 문제는 기업 주도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개성공단 재가동을 비롯한 다양한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첫 손에 꼽혀 왔다. 통일부는 현금 대신 현물로 대가로 지급하는 물물교환 방식은 제재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역 품목인 북한의 술과 남한의 설탕은 제재에서 비껴나 있기도 하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는 결의 2397호에서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식용품·농산품으로 확대했지만 술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남측이 줄 설탕 역시 농산가공품이라 수입금지 품목이 아니다.

중국을 경유해 물자를 교역하는 방식이라 과거 타미플루 지원 당시 불거진 운송 수단의 제재 위반 논란도 피해갈 전망이다. 앞서 미국이 타미플루를 싣고 운반하는 남측 트럭을 제재 대상으로 간주함에 따라 한미가 제재 면제 논의를 진행했지만 협의가 길어지면서 지원이 무산된 전례가 있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 다롄항과 북한 남포항을 잇는 해로 운송,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육로 운송 방법이 있다”며 “다롄~남포 물자 이동은 현재 아주 원활한 편은 아닌 데다 해상은 규모가 큰 경우에 적합해 육로로 추진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다만 북측 계약 주체가 대북 제재상 거래 금지 대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대북 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측 계약 상대인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지도국이 외화벌이 업체로 운영하는 조선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와 동일한 회사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 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은 2016년 북한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채택된 안보리 결의 2270호에 따라 제재 대상에 올랐다.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과 관련있다면 이 회사와 교역한 우리측 기업이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국가와 거래하는 기업·개인에 대한 2차 제재)을 당할 수 있다.

통일부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노동당 39호실과 연관된 조직이라면 해당 계약 건은 제외하고 추진할 방침이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교역에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외에도 다른 업체들이 더 참여하고 있다”며 “이 회사가 제재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 계약만 제외하고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박종필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 부회장은 지난 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술과 설탕을 교환하는) 계약서가 작성됐다”며 “이번에도 240~250가지가 들어오는데 1차로 술이고, 2차로 여러 가지 식품들 예를 들면 기능성 식품, 된장, 간장 등 다양하게 많이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남북 물자 반출·반입이 승인되면 정부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을 계기로 5·24조치를 취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북한 물자가 남한에 들어오게 된다.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교역 중단 등을 명시한 5·24조치는 역대 정부를 거치며 적용을 유연화한 사례가 있었으나 대북 독자 제재로서의 상징성이 유지돼 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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