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사흘 전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승진하거나 자리를 옮긴 25명의 검찰 고위 간부들을 만난 ‘검사장 보직변경 신고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법집행에 대한 이중 잣대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말에 이어진 당부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이 임명된 1월 이후 이뤄진 두 차례 인사의 내용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은 두 차례 고위간부 인사에서 “현 정권에 우호적인 검사들을 중용하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가까운 검사들을 또 다시 좌천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또 “(검찰이) 법 집행의 대상자가 된 경우에도 특권의식을 모두 내려놓고 ‘신독(愼獨·혼자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다)의 자세’로 스스로에게 엄정해야만 그나마 잃었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신고식에서 “그동안 승진에서 소외되어 왔던 형사·공판부 검사들을 우대함으로써 특정 부서 출신에 편중되지 않고 차별을 해소하는 균형 인사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재차 인사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추 장관은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다’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며 특정 인물을 우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현재 입법 예고된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과도기적”이라며 검찰은 결국 기소만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으로 입법 예고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은 4급 이상 공직자와 3000만 원 이상의 뇌물 사건 등으로 직접 수사 범위가 대폭 축소됐다.
반면 윤 총장은 보직 변경된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를 만난 자리에서 “검찰은 검사와 검찰공무원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임을 늘 명심해 줄 것”이라는 원론적인 내용의 당부만 했다.
이번 인사에서 좌천된 문찬석 검사장은 추 장관의 인사를 검찰 내부망에서 비판한지 이틀 만에 다시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재차 사의를 밝히며 “정치의 영역이 검찰에 너무 깊숙이 들어오는 것 같아 염려된다”면서 “우리의 정치적 중립성은 결코 포할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문 검사장은 “잘못된 것에 단호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입법 예고된 검찰청법 개정안 등을 비판하며 검찰의 각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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