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와 오차 범위내 격차줄인 통합당, 민심 챙기기로 ‘승부수’? [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11일 1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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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가 게임과 비슷해요.”

미래통합당 핵심 당직자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 관련해 이 같이 설명했다.

부동산 정책 등 잇따른 악재가 계속되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고, ‘마지막 트리거(방아쇠)’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젠가 게임은 탑처럼 쌓인 나무 블록을 하나씩 빼는 보드게임이다.

이 당직자는 ‘웨이트 앤 씨(wait and see)’ 전략도 언급했다. 일단 상황을 차분히 기다리면서 지지율 역전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통합당 의원들이 말실수 등을 조심하고 있다”며 “(떨어지는) 민주당의 지지율을 받아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실제 최근 통합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내에서 바싹 다가섰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25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발표한 8월 1주차 정당지지도(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34.6%로 나타났다. 35.1%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과의 격차(0.5%)가 소수점 단위로 좁혀졌다.

이를 놓고 통합당 내에선 반사이익 등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당직자는 “원내 투쟁에 집중하고 있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면서 “우리 당이 잘 했기 보다는 민주당이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도 지지율 상승에 마냥 반기기보다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도에 일희일비 할 필요 없다”며 “(여론) 추이만 참고로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통합당은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특별위원회’ 활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당내 특위를 통해 적극적으로 민심을 챙기며,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대안 정당의 면모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우선 이달 중 ‘약자와의 동행’ 특위를 꾸리기로 했다. 기득권을 옹호하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대신 인권과 여성 등을 중시하는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앞으로 서민과 약자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통합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영남권과 서울 강남에 국한된 당 지지기반의 외연을 확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작업을 이끌어갈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호남 챙기기에 최우선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전남 구례군 수해 침수피해 지역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구례=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전남 구례군 수해 침수피해 지역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나고 있다. 구례=뉴시스

실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등 통합당 지도부는 10일 사전 예고 없이 심각한 홍수 피해를 입은 전남 구례를 방문해 피해 상황을 살폈다. 김 비대위원장은 다음주에도 광주 등 호남지역을 방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미 통합당은 다양한 형태의 특위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103석을 가진 제1야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상황에서 원내투쟁 방식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그래픽 강동영 기자 kdy184@donga.com

11일 현재 통합당에 설치된 특위는 모두 7개. 경제혁신위원회와 성폭력대책 특위 등이 대표적이다. 특정 이슈에 대한 장기적인 대응을 통해 여당과의 정책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통합당에 풀어가야 할 숙제가 적잖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주요 현안을 돌파해 갈 수 있는 실력을 보여줘야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며 “국회에서도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 토론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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