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이자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고 있는 이낙연 의원은13일 최근 당 지지율 하락 추이에 대해 “경기침체, 고용불안, 집값 상승과 상대적 박탈감, 원활치 못한 국회, 민주당 일부 구성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언행, 긴 장마와 집중호우의 피해 등으로 국민의 답답함과 실망이 누적된 결과”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 의원의 말처럼 민주당 안팎은 그야말로 비상 상황이라는 징후가 역력하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507명을 대상으로 10~12일 실시해 13일 발표한 조사 결과(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2.5%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3.4% 통합당(36.5%)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1위 자리를 내준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인 2016년 10월 넷째 주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별도의 공식 반응을 내지 않았다. 이날 강원 철원군 수해 현장을 찾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날 정책조정회의에 참가한 김태년 원내대표 등은 지지율과 관련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의 반응처럼 내부적으론 위기감이 들끓는 분위기다. 또 다른 차기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일 큰 영향은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주사를 놓을 때도 덜 아프게 하려고 배려를 하는 것처럼 증세나 규제를 할 때는 (납세자들의) 고통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섬세하고, 큰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이어 “(정책 방향이) 국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또 국민들 삶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조금 더 그런 노력을 많이 해달라는 채찍으로 (최근 지지율이 하락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지도부의 한 의원은 “그동안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통합당과 지지율 차이가 좁혀지는 추세였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여론조사가 막상 (통합당에 뒤쳐지는 것으로) 뒤집혔다고 하니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부동산 폭탄’이 지지율 하락 종합세트가 됐다”며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에서 시작해 청와대 참모들의 다주택자 처리, 부동산 법안 강행 처리 등 매 국면마다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고 했다. “부동산으로 폭탄을 쌓았고 수해로 인해서 민심이 폭발한 상황이라 복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야당 복만 믿고 176석 힘자랑에 몰두하다보니 결국 ‘입법 독주’ 프레임을 자초한 셈”이라며 지도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반전을 노릴 만한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의 더 큰 고민이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를 거치면 ‘컨벤션 효과’로 인해 당 지지율이 상승하기 마련인데, 이번 전당대회는 폭우 피해 등으로 흥행에 실패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관계자는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정책 기조를 확 틀거나 안 했던 짓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답답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지지율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의원은 “핵심 지지층 이탈세가 심상치 않다. 특단의 대책 없이는 다음 선거에서 암울한 결과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국정 동력 확보를 위해서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야당과의 합당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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