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의원과 B보좌관이 서로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중요 현안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를 두고 의견을 나누는 중이었다. A의원은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설명해 나갔고, B보좌관은 꼼꼼히 메모하기 시작했다.
B보좌관 = “이런 내용대로 페이스북에 올리면 어떨까요?”
A의원 = “그렇게 하세요.”
B보좌관 =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잠시 후 A의원의 페이스북에는 장문의 글이 올라왔다. 실제 작성자는 B보좌관이었지만, A의원이 작성한 모양새를 갖췄다. 이런 식으로 보좌진이 의원을 대신해서 글을 작성하는 일이 국회에선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대필’이다.
페이스북 대필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의원이 보좌관 등에게 현안에 대한 지침만 주고, 글 전체 작성을 맡기는 방식이다. 보기에 따라선 의원이 작성한 글이라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C보좌관은 “의원이 직접 글을 작성해 올리기에는 시간적인 한계가 있다”며 “의원에게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글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의원의 지시가 있기 전에 보좌진이 알아서 글을 쓰는 경우도 있다. 주로 국회 경험이 많은 보좌관 등이 이런 식으로 처리하는데, 현안이 생기면 먼저 글을 쓴 뒤 의원에게 보여주고 수정을 받는다. D보좌관은 “현실적으로 의원이 모든 현안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며 “다만 보좌진이 글을 작성한 뒤 의원에게 최종 확인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E보좌관은 “얼마 전 의원에게 불리한 상황이 발생한 일이 있었다”며 “상황의 반전을 노리고, 페이스북에 다른 중요 현안에 대한 글을 의원 이름으로 작성해 올린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일부 의원은 아예 페이스북 관리 전담비서를 두고 있다. F비서는 “의원실 담당자가 먼저 글을 작성한 뒤 의원실 SNS 대화 방에서 공유하고 의원에게 표현 등에 대해 수정을 받고 있다”며 “의원마다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전체 국회의원의 절반가량은 글을 대신 써주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모든 의원이 이런 식으로 페이스 북을 관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의원들도 있다. G의원은 “바라보는 입장에 따라선 진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아 모든 글을 직접 쓴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실은 의원이 직접 작성해 올리는 글과 의원실이 만든 자료를 구분해서 올리기도 한다. H보좌관은 “처음에는 의원을 대신해 글을 작성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의원이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거절했다”며 “의원은 자신이 작성한 글의 댓글에도 직접 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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