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공략’ 통합당 “비례대표 당선권에 호남 인사·5·18 유공자 수당”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0일 17시 07분


미래통합당이 20일 국민통합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향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배정키로 했다. 전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사과’를 한 데 이어 통합당이 ‘호남 다가서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5·18 유공자 수당 지급방안 검토”
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어제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사과, 5.18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2020.8.20/뉴스1 © News1
정운천 미래통합당 국민통합특별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어제 김종인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해 사과, 5.18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승화시키겠다“고 밝혔다. 2020.8.20/뉴스1 © News1
통합당은 이날 전북 출신 정운천 의원을 국민통합특별위원장으로 내정했다. 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당선권인 20번 이내 후보자 중 25%를 호남지역 인사로 추천하도록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고 말했다. 통합위는 또 당내 현역 호남 지역구 의원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영남권 의원을 중심으로 호남 41개 지자체에 ‘제2의 지역구 갖기’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의원들에게도 개별적으로 이야기를 했고 많은 공감이 있었다”고 했다.

이미 부산 사상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를, 경북 김천의 송언석 의원이 ‘김천~전주 철도 연결사업’을 추진 중인 전북 전주를 맡는 등 1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사무처에서는 호남에 당 연수원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5·18 유공자에게 생활수당을 지급하는 등 예우를 강화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정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5·18 유공자에 대해 연금 지급을 검토했으나 연금은 본인이 내는 돈이 있어야 하는 문제가 있어서 유공자 본인과 직계비속에게 생활수당을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했다. 이어 “5·18 유공자의 직계비속이 사망한 경우 다른 사람들을 통해 제사를 지내는 방안도 강구할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는 5·18 특별법 논의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법안 내용 중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과잉 처벌 논란이 있는 만큼 필요하면 대안입법을 만들어서 병합심사를 하겠다”고 했다. 통합당은 국회 입법과 별도로 당 차원에서도 5·18을 비하하는 당원에 대해서는 중징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5·18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부산시당) 당원은 무조건 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종인 “역사 매듭풀기 시작에 불과”
통합당 내에서도 김 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다수의 비대위원들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김 위원장에게 “의미 있는 일을 했다”, “고생하셨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통합당은 회의실 백드롭으로 ‘역사의 매듭을 풀다’는 문구를 걸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며 “부족하지만 과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 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서서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자세를 낮췄다. 김 위원장은 오후에도 “통합당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럴 듯한데 과연 그걸 신뢰할 수 있겠냐‘, ’믿음이 안 간다‘ 등의 이야기가 있다”며 “우리가 배신의 역사를 가져서 그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실천을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그래도 역사의 진전”이라며 “과거 정치인들이 못했던 부분을 김 위원장이 했고,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익표 의원도 라디오에서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런 모습이 통합당의 변화를 가져오는데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호남 중진인 이개호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서 화합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며 “진정성 있게 추진돼 통합의 긍정적인 시그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과에 대한 호남권 반응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깎아 내리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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