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9년차 김정은, 권한 부분이양… 김여정 대남대미 업무 총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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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김정은, 김여정에 위임통치”… 김여정 국정전반 중간보고 받아
최근 담화 주민들 외울정도로 학습… 군사분야는 최부일-이병철
경제 박봉주-김덕훈에 위임… 정책실패 책임 돌리기 성격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운데)이 1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북한은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출처 노동신문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국정 전반에서 위임 통치하고 있다”는 내용을 구두가 아니라 문서로 밝혔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이 아직 후계자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김 위원장이 절대 권력이지만 과거에 비해 권한을 이양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도 “김 제1부부장이 2인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김 위원장에게 중대한 건강 이상이 생긴 유고 상태나 수렴청정은 아니지만 ‘백두혈통’인 김 제1부부장이 국정을 중간에서 총괄하면서 명실상부한 문고리 권력이 됐다는 것이다.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던 1인 지배의 북한 체제에서 이는 드문 변화다. 4월 건강 이상설이 나온 김 위원장에게 언제든지 다시 건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 제1부부장이 만약을 대비한 미래 후계자로서 김 위원장과 남매 간 공동 통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북한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 “백두혈통 김여정이 권한 가장 많이 이양받았다”

국정원은 “군사 분야는 최부일 군정지도부장, 전략무기 개발을 전담하는 이병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에게 김 위원장의 권한이 부분적으로 이양됐다”고 보고했다. 경제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 총리가 권한을 위임받았다. 군정지도부는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신설됐다. 군정지도부장은 군을 지도해 온 총정치국장보다 서열이 높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권한을 가장 많이 이양받은 것은 김 제1부부장”이라고 국정원은 보고했다. 한 정보위원은 “김 제1부부장이 국정 업무 전반에 걸쳐 관여하고 있으며 대남 대미 업무는 더 특별하게 총괄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과거에는 김 위원장이 만기친람형이었지만 지금은 김 제1부부장이 중간에서 각 기관의 보고를 취합한 뒤 김 위원장에게 보고하고 이를 바탕으로 김 위원장이 김 제1부부장에게 지시를 내리면 김 제1부부장이 각 기관에 다시 지시를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국정원은 “북한 주민들이 김 제1부부장의 최근 담화를 외울 정도로 학습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김 제1부부장의 위상이 다른 간부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 다른 정보위원은 “중요한 업무는 최종 결정 권한이 있는 김 위원장이 직접 관장한다지만 이런 위임 통치는 북한에서 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제1부부장은 6월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대남 군사 행동을 위협할 때 “김 위원장에게서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며 대남 강공 드라이브를 주도했다. 같은 달 대미 담화도 김 제1부부장이 발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김 제1부부장에 대한 권한 위임은 기존 통치 방식과 다르다”며 “큰 자율적 권한을 가지고 북한을 김 위원장과 같이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36세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때문”

국정원은 김 위원장이 여동생에게 국정 전반을 위임해 통치하는 이유에 대해 “9년간의 통치 스트레스를 경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정책 실패에 대한 총알, 즉 책임이 오면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위임한 대상에게 책임을 돌리는 책임 회피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올해 36세인 김 위원장은 2011년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면서 27세에 권좌에 올랐다. 고모부 장성택 등에 대한 숙청을 반복하며 빠른 시간 동안 권력을 공고히 했다. 2018년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북-미 비핵화 협상, 남북 대화에 나섰음에도 2년 동안 별다른 성과물을 얻지 못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대북제재로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을 혼자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이 19일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도 자신의 책임보다 경제 관료들의 잘못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윤완준 zeitung@donga.com·한상준·한기재 기자
#북한#김정은#정권부분이양#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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