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인삼 술과 설탕 교환 사실상 무산…‘작은 교역’ 시작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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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8월 23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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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성고려인삼술. © 뉴스1
북한의 개성고려인삼술. © 뉴스1
남북 간 첫 ‘작은 교역’(물물교환)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던 북한의 술과 남한의 설탕을 교환하는 사업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사업자가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것이 확인되면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작은 교역’ 성격의 민간 교류 시작도 일단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남측의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북측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 간 남북 교류협력 승인 여부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유엔의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정보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통일부가 구상한 작은 교역은 국제 제재의 위반 소지가 없다는 원칙 하에 추진된 것으로, 제재 위반 소지가 발생함에 따라 정부도 이번 사업을 불승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 거래 상대방(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이 제재 위반 기업인지 여부는 유엔 제재 리스트를 기준으로 일차적으로 판단한다”면서 “그 이상 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검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가 제재 대상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정보사항’으로 직접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남북경총통일농사협동조합과 개성고려인삼무역회사는 최근 우리 측의 설탕과 북측의 고려인삼술, 류경소주, 들쭉술 등을 물물 교환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통일부에 물품의 반출입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위반을 피할 수 있는 물물교환 방식의 ‘작은 교역’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민간 채널에서 술과 설탕을 교환하는 것은 이 장관의 구상과도 맥락이 닿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북측 사업자가 대북제재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정부가 이번 사업을 승인하기는 어려워졌다.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승인하면 대북제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사업 외에도 민간 차원에서 추가적인 물물교환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남북 간 첫 물물교환이 머지않은 시기에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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