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부 “어느 한쪽 편들지 않는다”
日 수출규제는 국가안보 문제라던 7월 DSB회의 美대표 발언 재확인
한국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종료 통보일(24일)을 앞둔 상황에서 그 시발점이 된 무역분쟁 사안에 대해 한국을 편들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 국무부는 21일(현지 시간) WTO에서 양국 무역분쟁이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동아일보 질의에 “미국은 두 동맹 간의 양자 분쟁에 어느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7월 29일 WTO 분쟁해결기구(DSB) 회의에서 한 발언은 미국의 오랜 정책적 입장과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WTO 홈페이지에 게재된 회의록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 회의에서 “오직 일본만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에 필요한 조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국가안보 조치에 해당하며, 한국이 이 문제를 WTO로 가져가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본 쪽으로 기울었다는 해석을 낳았던 이 발언의 취지를 국무부가 재차 확인한 것이다.
앞서 한국 정부는 미국 측에 “WTO에서 한국을 지지해 달라”는 물밑 요청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노력에도 국무부가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셈이다. WTO 관련 현안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실무를 맡지만 한일 관계에 관한 부분은 국무부가 정책 협의를 통해 관여해왔다. 한국은 6월부터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재개했다.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3, 4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고,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멕시코에 고율의 관세 부과를 위협하는 등 무역·경제 규제를 정치외교적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한국의 WTO 제소에 동의하면 자승자박이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무부는 또 “우리는 양국이 역사 및 다른 사안에 대해 유지 가능한 해법을 보증할 수 있는 논의를 지속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지 가능한 해법’을 언급한 것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연기하는 수준을 넘어 이 협정을 정식으로 연장, 유지하라는 압박 차원으로 보인다. 이어 “한미일 세 국가의 강한 관계는 역내 번영과 안정을 담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가 공유하는 민주주의 및 다른 가치들에 맞선 도전에 부응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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