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극우 보수 세력과 선 긋는 노력을 더욱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과 민주당의 프레임에 엮일 필요 없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24일 통합당에 따르면 당 내부에서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다시 떨어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는 줄곧 ‘외연 확장’을 외쳐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서는 뼈아픈 대목일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직접 광주까지 찾아가 5·18 국립 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었는데도 통합당은 지난 광복절 광화문에 모인 극우 보수세력의 그림자를 떨쳐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통합당의 광화문 집회에 대한 늑장 대응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에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집회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차명진 전 의원,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극우 보수 세력 일부는 집회를 강행했다.
이는 명백한 방역조치 위반이었지만 통합당 지도부는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이를 방관하는 자세를 취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통합당 정강·정책특별위원회의 보고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광복절 행사에) 개인이 참여하는데 당에서 뭐라 말할 일이 아니다”고 했고, 광복절 이틀 뒤인 17일까지도 통합당 내부에서 전 목사 비판 목소리를 낸 것은 하태경 의원이 유일했다. 통합당은 대변인 명의의 어떤 비판 논평도 내지 않고 침묵했다.
이 같은 행보가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통합당 책임론’ 공세에 힘을싣게 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통합당이 이런 프레임 싸움에서 진 게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통합당 내부에서는 앞으로 선제적으로 강력하게 ‘극우 세력 떨쳐내기’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통적 지지층의 눈치를 보다가 중도 세력까지 잃은 지난 4·15 총선 참패의 길을 답습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한 다선 의원은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라며 “태극기 부대와의 단절은 건전한 보수 정당의 존망이 걸린 문제다. 지금처럼 미적지근한 대응으로는 결국 다 잃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지율과 코로나19를 연동해 생각하는 것 자체가 민주당의 프레임(틀)에 엮이는 일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다선 의원은 통화에서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광복절 집회와 연관이 없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며 “지지율과 별개로 코로나19 방역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공당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말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지난 23일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부터 증가했다. 이 정부가 국민들로 하여금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듯한 시그널을 여러 번 줬다”며 “8·15 집회 때문에 (확진자 수가) 늘어났다는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 당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당 지도부가 계속해서 ‘아무 관련이 없다’고 (논란을) 회피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 하나의 큰 시그널로 작용한다”며 “실수를 회피할 것이 아니라 (지적을) 수용하는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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