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제청 요구한 靑 겨냥 “독립 지킬 인물 제청하는게 책무”
사실상 공개 반대… 갈등 커질듯
최재형 감사원장(사진)이 24일 감사위원 제청이 늦어지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과 (감사원의 직무) 독립성을 지킬 인물을 제청하는 것이 헌법상 감사원장의 책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제청을 요구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감사원의 중립성을 지키는 데 부적절하다며 사실상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4개월째 공석인 감사위원 인선을 놓고 최 원장과 당청 간 이견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르면 9월 초 발표 예정인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 보고서 결과에 따라 충돌이 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청와대에서 (제청 요청을) 했는데 제청이 안 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제가 추천했던 사람 때문에 지연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앞서 최 원장은 감사위원 후보로 판사 시절 함께 근무한 현직 판사 A 씨를 감사위원으로 추천했지만 청와대는 다주택 문제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신 최 원장에게 김 전 차관 제청을 요구했으나 최 원장은 ‘친여 인사’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의원은 “두 분이 (검증을) 통과했으면 두 분 중에 감사원장이 제청의 당사자를 정할 수 있겠지만, 감사원장이 추천한 분이 검증에 떨어졌으면 인사권자의 의사를 존중해서 제청해야 되는 것이 맞지 않겠냐”며 “인사권에 대한 제약을 감사원장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최 원장은 작심한 듯 마스크를 벗고 “(감사위원을) 감사원장의 제청에 의해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는 헌법의 조항은 감사원장에게 감사원의 적극적인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물을 제청하라는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헌법상 책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저에게 맡겨진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원장이 김 전 차관에 대한 반대 의사를 거듭 밝히며 감사위원 인선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된 사무총장 자리와 감사위원의 인선이 같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직 인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인선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르면 9월 초 발표 예정인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감사보고서 결과에 따라 감사원과 당청 간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서 최 원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계획에 대해 “대선에서 41%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과제를 지지하는 이들이) 과연 국민의 대다수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발언한 것을 두고 일부 민주당 의원은 “대선 불복 아니냐”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감사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최 원장을 공격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아 당분간은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보고서 결과가 합당하지 않다면 최 원장에 대한 비판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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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5 10:58:21
그래도 이 정부에 정신이 제대로 박힌 분이 있으니 천만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