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뉴질랜드 대사관 성비위 사건 송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5일 03시 00분


외교갈등 번지자 공개사과
“靑서 대응과정 문제 있었다 통보” 외교부 강한 질책 받은것 시인

2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한국 외교관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했다. 한-뉴질랜드 정상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직접 조사에 나선 청와대의 질책을 받은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뒤늦게 ‘반성문’ 쓰듯 고개를 숙인 것이다.

강 장관은 이날 화상으로 열린 실국장회의에서 “2017년 말 주뉴질랜드 대사관에서 발생한 성비위 사건이 지난달 28일 한-뉴질랜드 정상통화 때 제기돼 우리 정부의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됐다”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청와대로부터 ‘사건 발생 초기부터 정상 간 통화에 이르기까지 외교부 대응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를 이첩받았다”며 “이를 검토해 신속히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달 5일 재외공관 부임자 임용장 수여식에서 “재외공관은 나라를 대표하는 기관”이라며 “국격에 걸맞게 말과 행동에 신중을 기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으나 당시 문제의 성추행 사건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국 외교관 A 씨는 주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2017년 11∼12월 사무실에서 현지 직원의 신체를 3차례에 걸쳐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질랜드 법원은 이 외교관에 대해 성추행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외교부는 송환을 거부했다. 이에 뉴질랜드 총리가 직접 문 대통령에게 문제를 제기하면서 ‘외교 망신’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가 직접 감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강 장관은 “향후 성비위 사안에 대해 발생시기와 관계없이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것이며 관련 조항의 보완 및 내부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고 말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문제의 외교관은 필리핀에서 근무하다 이달 초 귀임 발령을 받고 17일 한국에 돌아왔다. 외교부는 이미 이 외교관이 한 차례 징계를 받은 바 있어, 추가 징계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나 사안이 엄중해진 만큼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질랜드에서 공식적으로 사법공조 요청을 하면 협조할 방침이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강경화#외교관 성추행#공개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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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추천 많은 댓글

  • 2020-08-25 08:02:30

    더듬어 정부의 개망신 전문 외교부....

  • 2020-08-25 07:06:17

    외교 재앙이다 재앙... 삶은 소대가리 일당이 뭐 제대로 하는게 있나? 한심한 넘들...

  • 2020-08-25 09:28:15

    너무 빠르구나. 국교 단절 소리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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