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국회 의원회관 6층 야외 휴게실. 기업 관계자 A 씨는 눈길이 마주친 야당 국회의원의 B 보좌관에게 이렇게 물었다. B는 대기업 경력직 채용과정에 응시한 상태였다. 그는 눈길을 외면한 채 “아직 연락이 없는 것을 보면 떨어진 것 같다”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A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은 야당이 됐지만 당시에는 여당이된 모 국회의원의 비서관으로 근무하며 B와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현재 그는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 대관 업무를 맡아 국회를 출입하고 있었다.
A=“얼마 전에도 다른 기업에 응시했었잖아? 거기도 안 된 거야.”
B=“응. 쉽지가 않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A=“요즘 더불어민주당 출신 보좌관들을 많이 뽑더라고.”
보좌진은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입법 자료를 만들고, 대정부 질의서를 작성하고, 의원들에게 쏟아지는 민원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책임진다. 이들이 이직을 하는 경우는 크게 3가지다. 보좌하던 국회의원의 당선 여부와 청와대 입성(행정관 근무), 그리고 기업 대관 업무 책임자로 적을 옮길 때이다. 비중으로 보면 기업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가장 높다.
기업에 가면 거의 대부분 ‘대관 업무’를 책임지는 분야를 맡게 된다. 국회 입법 시스템을 잘 아는 데다 현역 보좌관들과 친분이 있어 국회 관련 업무 적임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국회 대관 업무는 보통 ‘여당’ 담당과 ‘야당’ 담당으로 나뉜다. 여당 담당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보좌진으로 꾸려지고, 야당 담당은 미래통합당 출신 보좌진이 맡는 경우가 많다.
대관 파트의 규모는 기업마다 차이는 있지만 각각 2명 안팎의 담당자들로 꾸려지며, 이들을 총괄 관리하는 팀장급 자리도 별도로 두고 있다. 총선이 치러지고 새로운 국회가 꾸려질 때마다 새로운 인력 수요가 생긴다. 그만큼 인력 교체도 잦고, 수요도 많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대관 담당자들은 ‘대외협력’ 또는 ‘커뮤니케이션’ 등이 찍힌 명함을 들고 국회를 출입하며 회사와 관련된 국회 동향을 파악하고 소속 기업의 민원 등을 전달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기업 관련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대관 업무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업 운영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관리를 해야 하는 업체 입장에선 법안 등과 관련해 사전 대응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C 보좌관은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면 대관 담당자들이 찾아와 법안의 부작용 등을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단서 조항 등을 붙여 수정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이유로 인맥이 넓은 베테랑 보좌관 출신은 인기가 높다. 특히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집권여당 출신 보좌진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한 대관 업무 담당자는 “더불어민주당 보좌진이 자신이 받는 연봉의 2배를 달라고 말해 영입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4급 보좌관의 경우 8565만 원, 5급 비서관은 7579만 원가량의 연봉을 받는다. 각 의원실은 인턴을 제외하고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7·8·9급 상당 비서 각 1명 등 8명을 채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현재 국회에는 모두 2359명의 보좌직원이 있다. 176명의 의원이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보좌진은 1400명, 103석의 미래통합당은 800여 명에 달한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국정감사가 지난 뒤 바뀌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 초선 의원들이 첫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르면서 자신을 보좌하는 직원들의 업무 능력이 평가한 뒤 교체하기 때문이다. 이번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10월에 진행될 예정이다. D보좌관은 “국정감사 이후 이른바 보좌진 ‘물갈이’가 이뤄진다”며 “국회 보좌진은 임기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하루 만에 직장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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