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펀드, 정부가 투자위험 떠안아… 세금으로 손실보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4일 03시 00분


내년 20조 규모로 출시… 정책형-인프라-민간 3대 펀드
수소충전소-데이터센터 등에 투자… 파격 세제지원으로 유동자금 흡수
‘한국판 뉴딜’ 동력 확보 나서… 집권 후반기 장기사업… 연속성 우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한국판 뉴딜펀드’ 조성에 나선 것은 2025년까지 160조 원을 쏟아부을 뉴딜 사업에 시중 유동성을 끌어들여 재정 부담도 덜고 사업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원금 보장’을 명시적으로 내걸진 않았지만 사실상 재정과 정책자금으로 원금을 보장해주는 구조여서 세금으로 투자자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펀드 투자처가 될 뉴딜 기업과 사업의 실체가 모호해 과거 관제펀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많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정권이 국민 돈을 모아 중장기 사업을 벌여 놓으면 차기 정권이 뒷감당을 해야 하거나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세금으로 손실 보전하는 20조 원 펀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펀드는 △정책형 뉴딜펀드 △뉴딜 인프라펀드 △민간 뉴딜펀드 등 크게 3가지로 신설·육성된다.

‘정책형 뉴딜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KDB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이 5년간 각각 3조 원과 4조 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13조 원을 조달해 총 2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 이를 기반으로 자(子)펀드를 만들어 뉴딜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특히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와 정책금융이 후순위 출자를 맡아 투자 위험을 우선 부담한다. 투자 상품에서 손실이 나면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떠안는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투자분 3조 원 중 2조 원만큼은 손실이 생기면 반드시 보장하고 나머지 손실을 정책금융이 맡는 식”이라며 “투자 위험이 높은 상품은 정책자금 출자를 높이고 위험이 낮으면 출자를 낮출 계획”이라고 했다.

‘뉴딜 인프라펀드’는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단지, 수소충전소 등 인프라 시설에 직접 투자하는 식이다. 이미 운용 중인 580여 개 인프라펀드 가운데 뉴딜 관련 인프라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에 세제 혜택을 줘 육성할 계획이다. 투자금 2억 원 한도로 배당소득세율을 14%에서 9%로 낮추고 분리과세를 적용하는 것이다. 퇴직연금도 원금 보장이 가능한 선에서 뉴딜 인프라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민간 금융회사가 직접 뉴딜 관련 투자처를 발굴해 만드는 ‘민간 뉴딜펀드’가 활성화되도록 정부는 ‘현장애로 해소 지원단’을 만들어 관련 규제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뉴딜 기업과 업종으로 구성된 ‘뉴딜지수’를 개발하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상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 뉴딜 기업 기준도 없는데 “투자 폭넓게 허용”

이날 홍 부총리와 은 위원장은 “사실상 원금을 보장하는 것”, “국고채 이자(0.92∼1.54%)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투자 대상도 ‘뉴딜 프로젝트’와 ‘뉴딜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 및 대출’ 등으로 폭넓게 허용한다고 했다.

정권이 바뀌거나 수익성이 좋지 않아 뉴딜 사업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섣불리 원금 보장과 수익률을 강조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부가 펀드 투자 대상으로 거론한 뉴딜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중장기 투자가 필요하다. 현 정권 임기가 2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관리가 가능하겠냐는 시각이 있다. 사업성이 좋은 프로젝트라면 시장에서 알아서 투자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정부 계획대로 수익이 나올 것이냐는 의구심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린, 디지털 산업은 다른 나라도 관심이 많아 시장 선점을 위해 빨리 움직이는 게 좋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경쟁이 일어나야 하는데 정부가 사업을 정해 지원하면 시장이 경직될 수 있다”고 했다.

펀드가 투자하는 뉴딜 기업이 과연 어떤 기업이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뉴딜 기업의 기준이 없다. 상장기업은 그나마 나은데 비상장사는 뉴딜 기업으로 분류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과거 닷컴버블 때 회사명에 ‘닷컴’이라는 이름만 붙여도 투자금이 몰렸던 것과 유사한 사례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 / 장윤정 / 세종=남건우 기자

#뉴딜펀드#정부#2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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