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 넘어 포괄협력”… 美, 이인영 ‘냉전동맹’ 반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7일 03시 00분


美 “가치 공유로 확고한 유대관계”… ‘군사동맹’ 의미 축소 움직임에 제동
‘韓 새 안보라인 대미관에 우려’ 해석, 최종건 이번주 방미… 비건 만날듯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일 한미동맹을 “냉전동맹”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미 국무부가 “한미 협력은 안보 협력을 넘어선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대중(對中) 견제 전선’ 구축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를 잇달아 요청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겨냥한 이 장관의 공개 발언들이 외교적 부담으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4일(현지 시간)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한 미국의소리(VOA)의 질의에 “우리의 동맹과 우정은 안보 협력을 넘어 경제, 에너지, 과학, 보건, 사이버안보, 여성권 증진을 포함한 지역 및 국제적 사안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냉전으로 구축된 군사동맹으로 해석한 이 장관의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 이 장관은 2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해 “한미관계가 어느 시점에는 군사동맹과 냉전동맹을 탈피해 평화동맹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어 “양국의 상호방위조약이 동맹의 기반으로 남아있는 가운데 자유,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라는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는 확고한 한미의 유대관계를 더욱 강화해왔다”고 했다.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에 머무르지 않고 ‘가치동맹’으로서 발전해왔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이 이 장관의 ‘냉전동맹’ 표현에 공개 반박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외교안보 라인의 대미관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인도태평양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 한국을 포함한 이른바 ‘쿼드 플러스(Quad plus)’ 구상을 띄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의 역할을 북한을 겨냥한 군사동맹으로 축소하려는 정부 내 흐름에 제동을 걸려 했다는 것.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냉전동맹’이란 표현 자체가 한미동맹이 북한을 겨냥한 공격적 성향을 지닌 군사동맹이란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해 대립구도가 형성됐다는 사고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미 간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빠르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과 상견례를 가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자주파’로 통하는 최 차관은 비건 부장관과 만나 교착된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과 한미 워킹그룹 재조정, ‘쿼드플러스’ 참여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재 record@donga.com·임보미 기자
#이인영#냉전동맹#반박#미국#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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