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들이 지난달 30일과 31일 태풍 피해를 입은 황해남도 일대를 직접 찾아 복구 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밝혔다. 수해 복구에 참여한 간부로는 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김형준 당 부위원장 등이 있다. 사진은 김재룡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피해 복구 사업을 지도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은 경제정책 실패 자인에 이어 자연재해에 따른 간부의 실책을 공개적으로 질타하며 해임 등의 처벌을 내리고 있다. 이러한 반성 기조를 바탕으로 북한이 내년 1월 소집 예정인 8차 당 대회에서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20일 북한은 제7기 제6차 노동당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지난 5년간 추진해 온 경제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결정서에는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들었다”라며 “계획했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 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라는 반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 5일에는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의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강원도와 원산시 간부들에 처벌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태풍 피해를 막지 못한 함경남도 당위원장도 해임됐다. 태풍이 북상하는 가운데 철저한 대비를 수없이 외쳤지만 완벽한 대응에 실패했고 북한은 이를 인정했다.
‘실패’를 연달아 공개하는 모습은 북한 체제에선 이례적인 일이지만 김정은 시대에는 특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장마철 수해 등의 국가적 위기 타개를 위해 내부 문제점을 집중 지적하고 개선하는 모습이다.
이는 외부에 대한 체면 중시보다는 내부 단속에 주의를 기울이며 경각심을 고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민들을 향해 내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필요한 조처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 주민 불안을 해소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실패를 인정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솔직한 태도는 그의 지도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일 김 위원장은 태풍 피해를 본 함경도 일대에 평양시 당원들이 도움을 줄 것을 호소하며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그는 “사회의 많은 건설 역량과 인민군 부대들이 이미 강원도와 황해남북도 복구 현장에 전개되어 있는 형편에서 당 중앙은 함경남북도의 피해복구를 강력히 지원하는 문제를 수도의 당원동지들에게 터놓기로 하였다”라며 “수도 당원들이 당의 호소를 받들고 피해 현장에 나가 투쟁하면 경제적 손실에 비할 바 없는 거대한 힘을 얻게 됩니다”라며 지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의 ‘부탁’에 6일 30만여 명의 평양시 간부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간부와 근로자들이 대거 자원 의사를 밝힌 사실을 주목하며 내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만일 북한이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라는 식의 대응에 나섰다면 얻지 못했을 내부 결속이다.
한편 최근 들이닥친 태풍들이 모두 지나가고 나면 국가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한 총화(점검)가 다시 한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후 국가 위기 대응 기구를 보강하는 분위기가 이어져 온 만큼 관련 논의를 집중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논의에 따라오는 당 대회에서 새로운 조직 개편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지난달 제4차 정무국 회의에서 언급된 ‘신설 부서’의 윤곽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재룡 전 내각 총리가 강원도와 원산시의 간부를 처벌하는 회의를 주재한 것을 두고 국가 위기를 관리하는 신설 부서의 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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