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병가’ 의혹이 연일 확대되는 가운데 관련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의혹의 당사자인 아들 서모씨와 추 장관에 대한 법적 처벌을 촉구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혐의 성립 여부에서부터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는 전날 관련 의혹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앞서 야당과 다수 시민단체는 추 장관과 그의 보좌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아들 서씨와 군 관계자들을 군형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들은 집권여당 대표였던 추 장관이 군 관계자를 압박해 아들에게 ‘황제 휴가’ 특혜를 줬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추 장관의 보좌관이 서씨가 근무하던 부대 관계자에게 전화해 병가 연장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제기, 이같은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통화가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직권남용 혐의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 적용되는데, 추 장관과 보좌관에겐 ‘남용할 권한’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려면 추 장관과 보좌관의 행위가 애초에 직무 범위에 속하는 일이어야 하는데, 이들은 군인의 휴가 연장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고 했다. 또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사적인 부탁’을 했더라도, 그것이 국회의원이 보좌관에 가진 직무 권한이라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갑질’을 했다곤 볼 수 있지만, 직무에 속한 행위로 보긴 어려워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당 대표의 ‘지위’를 이용한 행위로 비판받을 수는 있지만, 법리상 ‘직무상 권한’을 남용하는 것에 대해서만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변호사는 “최근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수사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이 추 장관 보좌관과 통화했다는 부대 관계자 진술을 받고서도 참고인 진술 조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거듭 내놓은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아들인 서씨의 군형법 위반 혐의 성립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야당은 서씨의 2차례 병가가 병무청에 기록이 없어 무단 근무지 이탈, 즉 탈영이라고 주장한다. 또 서씨가 쓴 4일간의 개인 연가도 당시 추 의원 보좌관 연락을 받아 선(先) 조치, 후(後) 행정처리된 비정상적 행위라고 본다. 휴가 규정도 어겼다는 지적도 다수 내놨다.
군 법무관 출신인 신종범 법률사무소 누림 변호사는 “무단이탈 및 군무이탈죄는 지휘관의 허가가 없을 때 성립하게 되는데, 당시 대대장급 지휘관이 ‘허가가 있었다’고 하는 상황이라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서류 미비 등) 부적절한 업무처리에 대한 징계 처분은 가능할 수 있지만, 형사 처벌을 묻긴 부족하다”고 했다.
또한 신 변호사는 “‘휴가를 요건에 맞지 않게 부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군형법상 처벌 규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씨의 청원 휴가가 기간 등 기준과 관련해 군 내부 규정과 달리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지휘관의 허가를 받았다면 군형법 위반 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편 아들에 대한 추가 의혹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추 장관이 법적 처벌이 가능한지와는 별개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추 장관은 앞서 아들의 군 생활을 둘러싼 의혹 제기에 “소설을 쓴다”며 강력 반발했지만, 최근 이 문제가 크게 불거진 뒤부터는 일주일이 넘도록 침묵하고 있다. 진단서 제출에도 의혹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추 장관은 최근 (보좌관 통화 문제와 관련해) 거짓말까지 했다”며 “고발 8개월째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물러나지 않고 장관직을 지킨다는 것은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공명정대한 수사로 실체 발견이 될 수 있도록 추 장관이 수사 관련에 손을 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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