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논란이 며칠 째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자칫 ‘조국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지난주만 해도 “추 장관의 검찰 개혁을 흔들려는 의도”(김종민 최고위원·4일), “(추 장관 아들과 같은 경우는) 굉장히 많다”(홍익표 의원·4일) 등 민주당 중진들이 추 장관에 대한 엄호에 나섰지만 서서히 방어에 무게를 실으며 ‘전전 긍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여권 관계자는 “야당이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오면서 이번 이슈가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번지느냐 마느냐의 분기점에 온 것 같다”며 “특히 자녀의 특혜 논란은 20, 30대가 가장 민감해 하는 형평성 문제와 맞닿아있기 때문에 자칫 정부여당의 지지율 급락으로 이어질 경우 여권 내에서도 특단의 대책을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은 이날도 겉으로는 ‘추미애 지키기 모드’를 이어갔다. 정청래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추 장관 측 보좌관이 군에 청탁 전화를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아들과 보좌관이 친하니까 엄마가 아니라 보좌관 형한테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어봤다는 것”이라며 “식당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 내 일각의 기류는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검찰 수사를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일단 지켜보면서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수사 결과에 따라 추 장관이 책임지면 되는 일”이라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드는 총장이기 때문에 수사를 허투루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재정 의원은 “이미 의혹이 해소된 부분까지도 계속 겹으로 쌓여가면서 정치적 공방으로 흘러가는 국면이 있다”고 하면서도 “검찰이 조속한 사실 확인을 공적으로 내려줘야 한다”고 했다. 야당의 특임검사 요구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하기 보단 “검찰 수사 이후(에 해야 한다)”라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 대표 시절 위력을 남용한 것이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도 “조 전 장관과 달리 추 장관은 ‘문파’ 등 정권의 핵심 지지층의 확실한 지지를 받는 인물도 아니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꼭 추 장관에게 맡겨야 하냐는 내부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청와대는 현재까지 드러난 의혹이 현행법 위반에 해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일단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다만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제기돼 민심을 자극할 경우 국정 운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 장관 아들 문제는 검찰 수사 진행 중이기 때문에 그동안 언급을 해오지 않았고 이번에도 특별히 언급 드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최근 논란이 된 ‘시무 7조’ 상소문과 유사한 글도 올라왔다. ‘서 일병 탈영 의혹 사건의 진실을 밝히게 하소서! 폐하(陛下)’라는 제목의 글은 “온 나라가 서 군졸(추 장관 아들 서 씨) 탈영 의혹 사건으로 의금부와 의정부의 다툼이 점입가경이며 국정은 마비된 상태”며 “만백성이 서군졸 탈영 문제의 주범이 형조판서(추 장관)임을 알기 시작했다. 형조판서의 자식과잉보호 의지가 외압으로 이어졌고, 미복귀 상태가 연가로 처리되어 위기를 넘겼다”고 풍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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