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秋부부 민원 여부-경로 모르쇠… 결정적 기록은 다 없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1일 03시 00분


[추미애 아들 특혜의혹]되레 의문만 키운 국방부 부실해명

추미애 법무부 장관 부부가 아들 서모 씨(27)의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복무 당시인 2017년 병가 연장 관련 민원을 했다고 기재된 문건을 국방부가 작성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이날 배포한 A4용지 6장 분량의 설명자료를 통해 “내부 논의를 위해서 국방부 인사복지실에서 작성한 자료”라며 “군내에서 확인 가능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실 확인 위주로 작성한 자료인데, 외부에 유출되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 씨의 부모님께서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고 적힌) 면담기록은 미2사단 한국군 지원반장이 서 씨와 면담한 결과를 연대통합 행정업무 체계에 기록한 내용을 그대로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 장관 부부의 국방부 민원 여부와 경로 등에 대해서는 “서 씨 가족이 실제로 (국방부) 민원실에 직접 전화했는지는 확인이 제한된다”면서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서 씨가 귀대하지 않고, 병가와 휴가를 연달아 연장하면서 총 23일 동안 휴가를 받은 경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자료 없이 “병가와 관련된 기록이 있어서 휴가를 실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만 했다. 사실 관계를 규명할 수 있는 객관적 기록이 삭제되거나 실종되면서 올 1월 검찰 수사 착수 이후 국방부의 첫 해명이 오히려 의문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2017년 6월 민원실 녹음 파일 올 6월 삭제

서 씨의 휴가 연장에 대한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이 국방부에 아들의 휴가 연장과 관련한 민원을 직접 했느냐와 그 민원의 적절성 여부다. 추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 인사청문회 등 공개석상에서 “전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 장관이 개입한 것이 드러난다면 고위 공직자로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민원이 일반인과 같은 방법으로 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국회의원과 여당 대표 신분으로 일반인이 이용하기 어려운 경로로 민원을 했다면 특혜 의혹은 물론이고 청탁금지법 위반 시비까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작성한 문건에는 ‘민원을 넣으신 것으로 확인’이라는 문구가 나오지만 민원을 누가, 어떤 경로로 했는지 등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국방부 민원의 공식 창구는 국방부 민원실이다. 국방부 감사관실에 따르면 하루 평균 국방부 민원은 500건 정도라고 한다. 민원실 전화뿐 아니라 우편, e메일, 홈페이지 온라인 창구 등 민원의 경로가 다양하다. 전화를 할 경우 반드시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그 파일을 3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추 장관 부부 중 누군가가 서 씨의 1차 병가가 끝나는 날인 6월 14일 민원실에 전화했다면 그 통화 녹음 파일은 올해 6월 자동 파기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예규에 따라 보관기한(3년)이 지나면 녹음 파일이 자동 삭제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올 1월 수사 착수 이후 6월까지 해당 파일을 국방부로부터 입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국방부는 “민원인의 통화 내용이 적힌 일지에도 추 장관 부부나 서 씨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설명자료에서도 병가 연장 민원을 넣은 당사자를 서 씨의 ‘부모’에서 ‘가족’으로 변경했다. 추 장관 부부 외에 다른 친지들을 포함해 추 장관의 직접 개입 논란을 희석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은 국방부 민원실 접수 내용을 확보해 조사했지만 추 장관 부부의 이름은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 장관 부부가 아닌 제3자가 국방부 민원실 공식 접수창구가 아닌 국방부 관계자 등 비선을 통해 민원을 넣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 진단서와 휴가명령서 등도 사라져

군은 서 씨의 카투사 복무 중 제기된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 “규정상 문제없다”며 그 근거로 총 10개의 관련 규정을 나열했다. 휴가는 지휘관의 구두 승인으로 가능하고, 귀대가 불가능한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경우 추후 입증한 서류가 있으면 휴가명령서를 추후에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 씨가 제출했다고 주장한 진단서나 이를 근거로 발급됐다고 군에서 주장하는 휴가명령서 등이 모두 남아 있지 않아 휴가가 적정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 카투사는 육군규정에 따라 휴가 관련 자료를 5년 동안 보관하게 되어 있지만 공교롭게도 서 씨가 휴가를 간 2017년도 휴가 관련 자료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무릎 수술을 받고 통원 치료 중이던 서 씨가 국방부 규정상 ‘예외조항’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수술 직후 입원 중인 상황과는 달라 천재지변 등과 같은 부득이한 경우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두 승인과 사후 휴가명령서 발급을 다른 동료 병사들이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한 근거 자료를 국방부는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동진 shine@donga.com·황성호·신규진 기자

#추미애#아들#특혜의혹#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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