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사병을 범죄자 취급한 황희, 사과했지만…“도넘은 秋 비호”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3일 21시 13분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6.22/뉴스1 © News1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6.22/뉴스1 © News1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군(軍) 관련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당직사병 A 씨를 겨냥해 12일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A 씨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야당의 반발은 물론 “비리 의혹을 제보한 국민을 범죄자로 취급했다”는 누리꾼들의 항의와 비판이 황 의원의 페이스북에 이어졌다. 그러자 황 의원은 하루 만인 13일 오후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추미애 지키기’ 발언이 선을 넘고 있다”는 공분이 커지고 있다.

황 의원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 장관의 아들 서모 일병과 관련, 모든 출발과 시작은 당시 ○○○ 당직사병의 증언이었다”고 주장하며 A 씨의 이름을 적시했다. 또 “산에서 놀던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먹었다”면서 “이 사건의 최초 트리거(방아쇠)인 ○○○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 사건을 키워온 ○○○의 언행을 보면 도저히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개입한 공범세력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현직 국회의원이자 친문 핵심 의원이 제보자를 범죄인 취급 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황 의원에 앞서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식당에 가서 김치찌개 시킨 것을 빨리 달라고 하면 이게 청탁이냐 민원이냐”고 주장했고, 우상호 의원은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라고 말했다가 관련 단체들의 항의를 받고 사과하기도 했다.

야당에선 “황 의원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명백히 저촉됐으며 그 죄를 철저히 물어야 한다”고 했고, 검사 출신인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이건 범죄 아닌가 싶다”고 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친문 극렬 지지층에게 공익신고자의 신원을 낱낱이 까발려 괴롭혀달라며 ‘작전에 들어가자’라는 돌격 신호를 보낸 것”이라며 “지금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가, 문주(文主)주의 국가인가”라고 비판했다. 실제 13일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 씨를 겨냥해 “단체 생활에 적응을 못한다” 등의 비방성 메시지가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에게 불리한 사실을 주장한다고 해서 국민의 한 사람, 20대 청년에게 ‘단독범’이라는 말을 쓰다니. 제 정신인가”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파장이 커지자 황 의원은 13일 오전 자신의 글의 일부를 수정했다. A 씨의 이름을 성(姓)만 사용해 수정했고, ‘단독범’은 ‘단순 제보’로, ‘공범세력’은 ‘정치 공작세력’으로 표현을 바꿨다. 그래도 비판이 그치지 않자 황 의원은 페이스북에 “(실명은) 허위 사실로 추 장관을 공격할 때 TV조선이 (먼저 공개) 했다”며 A 씨의 인터뷰 장면 사진을 공개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도 같은 캡처 사진을 게시하면서 “실명과 얼굴을 2월 초부터 자기들(TV 조선)이 먼저 공개해놓고 7월까지 반복한 것은 잊었나”라며 황 의원을 두둔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제보자 실명을 공개할 거면 추 장관 아들 실명도 밝혀야 한다”며 추 장관 아들 서모 씨의 실명을 인터넷 곳곳에서 언급하기 시작했고, 12, 13일 한때 일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에 서 씨의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황 의원은 결국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여러분들의 지적과 비판을 수용한다. 본의 아니게 불편함을 드려서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다만 “단독범에서 범죄자를 의미하는 ‘범’이라 표현한 이유는, 국민의힘에서 병장 제보로 추 장관을 고발한 것이 시작”이라며 야당에 책임을 돌렸다. 또 “국민을 분열시키고, 검찰개혁을 방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제위기의 어려운 상황에 국정감사를 무력화시키려는 배후세력에 대한 견해”라며 ‘배후설’을 고수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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