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아들→보좌관→김 대위, 최소 3차례 통화”… 軍에 압박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추미애 아들 특혜의혹]보좌관 “추미애 아들 부탁받고 부대에 전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수사 착수 8개월 만에 서 씨와 군 관계자에게 휴가 관련 전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좌관을 조사했다. 동아일보DB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수사 착수 8개월 만에 서 씨와 군 관계자에게 휴가 관련 전화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좌관을 조사했다. 동아일보DB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모 씨(27)의 군 복무 당시 휴가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추 장관 측의 최모 전 보좌관으로부터 “군 관계자에게 전화를 한 적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최 씨 진술의 진위를 더 가려야 하지만 검찰이 이달부터 뒤늦게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서 씨의 휴가 연장을 위한 개입 경로가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다만 최 씨 등은 물론이고 군 관계자들조차 “부적절한 청탁은 없었고, 들어준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른바 ‘황제 휴가’는 맞지만 ‘위법 휴가’는 아니라는 여권의 논리를 깨뜨릴 카드를 두고 검찰도 고심하고 있다.

○ 檢 “아들→보좌관→김 대위, 최소 3차례 통화”

서울동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덕곤)는 12일 추 장관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시절 보좌관이었던 최 씨를 불러 부대 관계자에게 전화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최 씨가 서 씨가 복무했던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의 상급부대인 미2사단 지역대 지원장교 김모 대위와 2017년 6월 수차례 통화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최 씨가 전화를 했던 시점으로 파악한 14일과 25일은 서 씨의 휴가 연장과 관련된 주요 조치가 이뤄진 때였다. 2017년 6월 14일은 서 씨의 1차 병가 마지막 날로 서 씨가 부대에 복귀해야 하는 날이었다. 추 장관 부부 중 한 명은 이날 국방부에 휴가 연장 민원을 한 것으로 국방부 내부 문건 등에 나와 있다. 25일은 당시 당직사병이 “서 씨에게 휴가 복귀를 하라고 전화한 직후 상급부대 간부가 찾아와 휴가 처리를 지시했다”고 증언한 날이다. 서 씨가 부대에 복귀하지 않은 채로 진단서 등 2차 병가와 관련된 의무기록을 e메일로 뒤늦게 부대에 제출한 21일도 최 씨가 통화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는 12일 검찰 조사에서 “서 씨의 부탁으로 군에 문의 전화를 한 것”이라면서도 “청탁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씨도 13일 조사에서 휴가 연장 과정에 대해 “규정상 위법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가 부대 장교에게 전화를 한 것은 맞지만 추 장관의 지시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보좌관 전화’와 관련해 추 장관은 앞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보좌관이 뭐 하러 사적인 지시를 받나.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가 1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그것을 확인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 “반복적 통화는 군에 압박” vs “위법 없어”

검찰은 서 씨가 휴가 연장 과정에서 절차적인 문제가 생길 때마다 최 씨가 김 대위에게 반복적으로 전화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외압 행사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2017년 대선(5월) 직후인 6월 집권당 대표의 보좌관이 당 대표의 아들 문제로 수차례 통화한 것 자체가 ‘압박’으로 느껴졌을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보좌관 최 씨의 사적인 민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직권남용으로 의율될 수 있다는 것.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통상 국회의원 보좌관의 직무 범위가 넓어 군 관련 민원도 권한 남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씨는 18대 국회 때부터 추 장관 보좌관으로 근무했고 현재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서 씨가 6월 25일 당직사병 외에도 분대장과 통화한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직병이 지휘보고 계통으로 휴가 연장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좌관의 전화를 받은 누군가가 휴가 미복귀자를 휴가자로 바꿔 보고하게 한 뒤 사후 행정명령서를 작성했다면 군형법상 거짓 보고를 하게 한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휴가 명령은 지원대장을 통해 사전에 적법하게 발령됐으며, 행정처리만 늦게 된 것이라는 군 관계자의 진술과 부대일지 등 증빙이 있다면 수사팀이 기소 카드를 꺼내들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황제 휴가’ 비판은 들을 수 있겠지만 ‘위법’성은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 뒤늦은 실체 규명 시도 ‘잦은 인사’로 무력화

수사팀이 뒤늦게 의혹 실체 규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잦은 인사 교체로 수사가 불필요하게 지연되면서 검찰이 스스로 의혹을 키웠다는 시선이 많다. 잦은 검사장 인사 발령 외에도 이 사건을 수사한 양인철 형사1부장은 7개월가량 수사를 벌이다가 올 8월 서울북부지검으로 발령 났다. 검찰 관계자는 “추 장관이 ‘검찰 수사가 더디다’고 답답해한다지만 수사가 더뎌진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곱씹어봐야 한다”고 했다. 6개월 만에 인사가 되풀이되는 상황에서 장관 아들 사건을 수사할 여건 자체가 마련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황성호 기자
#추미애 아들 특혜의혹#서울동부지검#보좌관 수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