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역대 통일부 장관 중 꼴찌는 면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7일 22시 26분


이 통일장관 “남북관계 단숨에 큰 결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정세현 전 장관 “북, 문재인 정부에도 쌀 40만~50만t 지원 기대할 것”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17일 전직 통일부 장관들과 만찬을 갖고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조언을 구했다. 이 장관은 조바심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 남북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만찬 겸 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이홍구 정세현 손재식 조명균 등 9명의 선배 장관에게 “요즘 (한미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이)지속 가능한 남북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단숨에 큰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조바심 내지 않고 작은 접근을 통해서 협력의 공간을 확대해나가는 단단한 마음으로 (장관직에)임해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남북이 평화공동체를 형성해나간다면 동북아의 평화 경쟁으로 확대되고, 한반도 분단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비적대적인 관계로 만들어갈 수 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고 했다. 또 “오늘 선배 장관님들을 뵈니 말을 바꿔야겠다. 꼴찌는 면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은 취임 후 첫 출근길에 “역대 통일부 장관 중 최고는 아니어도 두 번 째로 잘하는 장관이 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에 ‘통 큰 지원’을 당부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수해로)금년 농사는 사실상 망쳤다고 봐야한다. 내년 봄부터 당장 식량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40만, 50만t 지원한 적이 있었는데 (두 정부를)계승한 문재인 정부에도 그 정도는 기대하지 않겠느냐”면서 “여론 눈치만 보지 말고 (식량 지원 계획을)조성해 나가면 남북간 화해협력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노둣돌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노태우 정부 시절 통일원 장관이었던 이홍구 전 총리는 “통일부 장관은 본인이 어떻게 하는지 보다도 국내외 정세에 의해서 어떨 결과를 가져오는지 결정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선 등)여러 변수가 한반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통일정책을 일관성 있게 끌고 나가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연철 전 장관은 만참에 불참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 전 장관이 일정이 맞지 않아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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