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감찰단 회부 이틀만에…與, ‘부동산 투기 의혹’ 김홍걸 의원 제명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18일 21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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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9.16/뉴스1 © News1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2020.9.16/뉴스1 © News1
더불어민주당이 18일 다주택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다. 이낙연 대표가 새로 만든 당 윤리감찰단에 김 의원을 1호 조사 대상으로 회부한 지 이틀 만이다. 다주택자 논란으로 민심이 더 악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빠른 조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 DJ 권유로 정계 입문한 이낙연, DJ 아들 제명


앞서 민주당은 16일 재산신고 누락 및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을 윤리감찰단에 회부했다. 김 의원은 4·15총선 당시 재산 신고 과정에서 서울 강동구 아파트 분양권을 누락한 채 주택 3채만 신고했다. 분양권은 약 6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팔았고, 서울 강남구 아파트는 아들에게 증여했다.

윤리감찰단장인 최기상 의원은 17일 김 의원을 만나 이런 의혹들과 아파트 구입 자금 출처 등에 대해 물었지만 김 의원은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이) 감찰 업무에 성실히 협조할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일부 의원들은 탈당을 권유했지만 김 의원은 응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이 대표에게 제명을 요청했고,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김 의원 제명을 의결했다. 최 대변인은 “반대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를 정계로 이끈 인물이 김대중 전 대통령(DJ)인데, 오죽하면 DJ의 아들을 제명했겠느냐”며 “의혹이 너무 심각하고 여론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3남으로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비례대표 의원은 제명되도 무소속 의원직은 유지된다. 김 의원은 “의원직 사퇴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원의 제명을 결정한 것은 양정숙 의원에 이어 두 번째다.

● 정의당 “김홍걸,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민주당이 신속하게 제명을 결정한 것은 김 의원이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과 상반된 행보를 수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강하게 규제하고 있지만 김 의원은 분양권을 포함해 강남에서만 3채의 아파트를 보유했었다. 여기에 민주당은 전세금을 5% 이상 올리지 못하는 법을 밀어붙였지만 김 의원은 전세금을 4억 원 올려 받았다. 여권 관계자는 “별다른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던 김 의원이 수십억 원의 재산을 가진 것도 의아한 대목”이라고 했다.

동교동계가 김 의원에게 등을 돌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한 동교동계 인사는 “김 의원이 DJ의 동교동 자택과 노벨평화상 상금을 두고 형인 김홍업 전 의원과 법적 다툼을 벌이면서 완전히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했다. 제1부속비서관 출신으로 김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김한정 의원도 이날 “집을 여러 채 구입했는데 납득할 만한 설명을 못고 있다. (김 의원이)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며 사실상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제명 결정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비판은 계속됐다. 앞서 김 의원을 향해 ‘호부견자(虎父犬子·아버지는 호랑이, 아들은 개)’라고 맹비난 했던 정의당은 “김 의원은 더 이상 추한 모습으로 부친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말고 의원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 대표가 제명 조치를 내리면서 논란에 휩싸인 이상직 윤미향 의원도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 의원은 이스타항공 대량 정리해고 책임 논란으로 윤리심판원에 회부된 상태고, 후원금 유용 등으로 기소된 윤 의원은 당원권과 당직이 정지됐다. 한 여당 의원은 “이 대표가 당의 뿌리인 DJ의 아들도 제명한 마당에 무엇인들 못하겠느냐”며 “내년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대표가 계속해서 단호한 조치로 당의 기강을 다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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