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개편안 내달 제출할듯… “전기료 7년째 동결… 경영 부담”
불경기 속 정부 수용할지 미지수
전기요금 개편방안 용역을 수행 중인 국책연구기관이 주택용뿐 아니라 농사용 교육용 산업용 등 모든 종류의 전기요금을 높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불필요한 요금 할인을 줄이고 사용 단가를 정상화해 한국전력의 경영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일 한전이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전기요금 개편안 용역수행계획 문건에 따르면 용역을 맡은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에너지 복지 확대와 에너지 전환 정책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주택용 농사용 교육용 산업용 등 모든 요금 체계에 걸쳐 개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다음 달 최종 용역 보고서를 한전에 제출할 방침이다.
주택용 요금에 대해선 각종 할인제도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대표적으로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가구에 월 4000원 한도로 전기료를 할인해주는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폐지되거나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정부는 가계의 전기료 부담을 덜기 위한 여름철 누진제 개편을 추진했는데 당시 한전 이사들은 배임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정부에 손실보전 대책을 요구해 왔다. 누진제 개편으로 매년 30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한 만큼 손실을 메울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정부는 한전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개편안을 마련해 신청하면 이를 절차에 따라 공식 협의하기로 했다.
농사용 요금은 단가가 낮아 비효율적인 에너지 소비가 많다며 약 6년간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이 제안됐다. 농사용 전기는 주택용이나 산업용에 비해 요금이 싸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농사용 전기를 주택용과 산업용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부작용이 있었다. 농사용 전기선을 끌어와 주택의 냉난방을 하는 식이다. 또 석유나 도시가스 대신 전기로 농장의 냉난방을 하는 등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다.
초중고교에 겨울과 여름에 제공하는 전기료 할인을 폐지하는 방안도 담긴다. 연구원은 “교육용 전기요금 지원은 요금 할인을 통해 해결할 게 아니라 교육부에서 관련 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한전은 초중고교에 대해 겨울철과 여름철 기본 사용량은 6%, 냉난방 사용량은 50%를 할인하고 있다.
산업용 요금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에너지 소비구조를 위한 방향으로 개편한다고 밝혀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의 요금을 올리고 나머지 시간대의 요금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은 시장형 공기업인 한전의 기업 특성을 고려해 전기요금 개편이 정부와 국회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전은 그간 경영 악화와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전기요금 개편을 추진했지만 여론 악화를 우려한 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번번이 실패했다. 현재 한전의 전기요금은 2013년 이후 동결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다음 달 최종 용역 보고서 내용을 참고해 개편안을 만들 계획”이라며 “이사회와 정부 인가 등을 거치면 최종 개편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여건이 어려운 만큼 정부가 개편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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