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8일 입법 예고할 예정인 상법 개정안의 취지는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을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 적용한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폭 확대해 기업이 반사회적 위법행위를 할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여러 법률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규정되어 있는데 상법에도 같은 제도가 만들어지면 ‘옥상옥’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기업의 위법행위로 다중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실제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제도다. 2011년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도입된 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 19개 법률을 통해 시행되고 있지만 분야별로 산발적으로 도입돼 있어 형평성 문제 등이 지적되어 왔다.
이번에 상법에 규정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상인’이 이윤을 얻기 위해 악의적으로 위법행위를 하면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준 경우에 적용된다. 상법상 점포 또는 유사한 설비를 갖추고 영업을 하는 개인과 회사는 물론이고 국가기관도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배상액은 법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의 정도, 손해액 등을 고려해 최대 5배 범위 내에서 정한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에 대해선 소급 적용 규정을 뒀지만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경우 소급 적용이 되지는 않도록 했다. 다만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미리 배제하는 특약을 맺었더라도 피해가 발생하면 해당 특약은 무효다.
재계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의 뜻을 표했다. 우선 이미 관련 개별 법을 바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상법 등 포괄 입법으로 규제함으로써 과잉 입법, 옥상옥 규제의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공정경제 3법(공정거래법, 상법, 금융그룹감독법)’에 이어 이번 법안이 또다시 기습적으로 입법 예고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기업은 사전 법적 검토와 소송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벤처기업들은 리스크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중견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도입을 신중하게 검토해 주기를 요청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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