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해고사태 책임자 지목
黨 고강도 징계 전 먼저 탈당한 듯… “일자리 되살리고 오겠다” 복당의지
박덕흠 탈당 비난했던 與 ‘난감’
이스타항공 창업주로 대량해고 사태 책임자로 지목돼 온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이 24일 자진 탈당했다. 당내 윤리감찰단 조사에 따라 이르면 추석 전 제명 등 고강도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이자 먼저 탈당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가족회사의 피감기관 공사 물량 수주 의혹을 받던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이 전날 탈당을 선언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자세로 더 이상 당에 폐 끼치지 않고 잠시 당을 떠나 있겠다”고 했다. 이어 “국민과 당원 모두가 문제가 해결됐다고 할 수 있도록 사즉생의 각오로 이스타항공 일자리를 되살려놓고 되돌아오겠다”고 복당 의지를 밝혔다. 이 의원은 탈당을 해도 무소속으로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이유가 어찌 됐든 개인과 관련된 문제로 심려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창업자로서 현 상황의 무게와 책임을 공감한다. 그 책임을 피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 그리 행동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인 주식 내지는 그 매각대금을 헌납하겠다고 발표해도 결국 ‘이상직이 문제’라는 말을 계속 들었다”며 억울함도 호소했다.
이 의원은 재산 축소신고 의혹으로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과 함께 16일 당 윤리감찰단에 회부돼 조사를 받아왔다. 이 의원 조사와 관련해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리감찰단이 굉장히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본인(이 의원)은 하실 말씀이 많은 것 같다”며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이 의원은 윤리감찰단 조사 과정에서 “(대량해고 사태 해결은)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라는 입장을 줄곧 유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이 의원의 탈당 발표 후 “이 의원으로선 할 말이 적잖게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의원과 이스타항공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걱정도 크다. 이 의원 본인의 결정을 존중하며 향후 대처를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도 “당 소속 모든 공직자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할 것”이라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당 기강을 분명히 확립해 나갈 것이며 정치개혁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이 의원의 갑작스러운 탈당을 두고 “북한의 연평도 공무원 사살 및 시신 훼손 사건으로 혼란스러운 틈을 타 징계를 피하려고 선수를 치고 빠져나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징계 회피 목적으로 탈당한 경우 복당심사 시 사유를 참작해야 한다’고 돼 있어 추후 이 의원의 복당이 쉽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날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탈당에 대해 “꼬리 자르기”라며 탈당이 아닌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던 민주당으로선 민망해진 상황이다. 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3일 논평에서 “(박 의원이)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수사를 받기 바란다”며 “(국민의힘은) 징계와 처벌이 아닌 탈당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탈당이 무슨 면죄부라고 생각하냐”며 “이 의원은 뻔뻔하게 복당을 예고할 것이 아니라 의원직을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지난주 최고위원회의에서 제명이 결정된 김홍걸 의원을 최종 제명 의결했다. 김 의원은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이 의원의 탈당과 김 의원의 제명으로 민주당은 21대 국회 들어 양정숙 의원에 이어 세 번째 의원을 잃고 전체 의석수가 174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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