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종전선언 연설 위해 공개 늦췄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5일 03시 00분


[北, 우리 국민 사살]
“유엔 이벤트에 생명 뒷전” 의혹제기… 靑 “15일 녹화 18일 보낸 영상” 해명

야당은 정부가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 이모 씨가 북한군에 사살된 뒤 불태워졌다는 첩보를 확인하고도 이틀이 지난 24일에야 공식 발표한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제안한 23일 유엔 총회 연설 시점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종전선언 연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공개 시점을 일부러 늦췄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21일 실종된 공무원이 피살됐다는 사실이 23일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에 알려졌다는 점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며 “정부가 비핵화 없는 종전선언 제안 이벤트에 국민의 생명을 뒷전으로 밀어놓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군 출신이자 국민의힘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인 한기호 의원은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관련 내용을 (유엔 총회) 연설에 포함했는데 이 연설로 (사건을) 은폐한 정황이 보인다”고 했다. 같은 당 박진 의원은 “국민의힘 외교안보특위 차원에서 이 문제를 추궁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야당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은 15일 녹화돼 18일 유엔으로 발송됐다”며 “이번 사건과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연계하지 말아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늦춰진 데 대해선 “첩보 신빙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 보고 이후 다음 날에야 정부 공식 발표를 한 데 대해선 “북한과 접촉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관계를 발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감청 정보인 ‘시긴트(SIGINT·신호정보)’ 첩보를 통해 이 씨 살해 정황을 사실상 실시간으로 파악한 것은 물론이고 시신을 불태우는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하고도 첩보 신뢰성을 이유로 발표를 종전선언 연설 이후로 늦춘 것을 두고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짓밟아도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종전선언과 평화라는 말뿐”이라며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청와대#야당#종전선언#의혹#어업지도원#사살#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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