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한국 공무원 사살 및 시신 훼손 사건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와 워싱턴 전문가들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 정권의 잔혹성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경멸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 정부가 유엔 등에 진상조사를 요청하는 것은 물론 대북 정책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4일(현지 시간) 본보에 보낸 성명 및 통화에서 “이번 사건은 김정은 정권 차원의 비인간적, 반인륜적 살해 행위이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예방’하겠다며 사람을 죽이는 국가는 북한 단 한 곳 밖에 없다”며 “이는 김씨 일가에 의한 살인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비인간적이고 반인륜 범죄를 자행하는 정권과 평화조약을 맺기 어렵다”며 “문재인 정부가 현 대북인권정책을 재고해서 새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아놀드 팡 동아시아 조사관은 자유의소리(RFA)방송에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극악무도한 야만적인 행위(act of extreme cruelty)”라는 반응을 내놨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역시 “북한 정권이 코로나19 국경 봉쇄 조치에 따라 자행한 편집증(Paranoid)적이고 야만적인 국제법 위반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이번 사건은 북한의 무법 행위를 보여주는 두드러진 사례이며, 인간의 모든 권리 중 가장 신성하고 궁극적 권리인 생명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는 범죄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이 국제 보건 규범과도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가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에 진상조사와 협력을 요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VOA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유엔 안보리 회부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도 개선 압박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재판에 회부될지 여부를 떠나 북한 정부가 국제법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을 공식 기록으로 남기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 필요성을 언급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로베르타 코언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의 본질을 깨닫고 대북정책 개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고,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는 자신들의 가정을 재평가하고 정책과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도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얼마나 무관심하고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는지 알 수 있다”며 이번 비극적 사건으로 한국 정부가 교훈을 얻기 바란다고 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이날 온라인 기사에서 “이번 일은 이미 낮아지고 있는 남북관계 회복 노력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켜 문 대통령이 대북 강경노선을 채택하도록 내몰 수 있다”고 전망했다. FP는 “이 혼란스러운 사건이 문 대통령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며 “이는 국제질서에 긍정적 변화를 주려는 문 대통령의 희망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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