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아닌 부유물만 소각”…北이 주장하는 사건 전말

  • 뉴시스
  • 입력 2020년 9월 25일 15시 52분


코멘트

22일 저녁 '정체불명 남자 1명 발견' 신고 받고 출동
신원 확인 요구했으나 얼버무리며 계속 답변 안해
공포탄 2발 쏘자 도주 상황 조성…10여발 총탄 발사
접근하니 사람 없고 부유물 뿐…규정 따라 현장 소각
南 "시신 훼손, 만행"에 北 "일방적 억측, 커다란 유감"
南 "월북 진술 들은 정황"…北 "신원 확인도 안돼"

북한이 25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통전부) 명의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에는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의 피살 사건에 대한 북측 조사 경위가 담겨있다.

통전부는 “정체불상의 대상이 신분 확인에 응하지 않고 도주할 움직임을 보이자 사격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신을 훼손했다는 우리 측의 설명과 달리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北 “신분확인 요청 불응, 도주 조짐에 사격”

통전부의 통지문에 따르면, 북측이 실종 공무원을 발견한 것은 지난 22일 저녁이다.

당시 황해남도 강녕군 금동리 연안수역 경비담당 군부대는 어로 작업 중이던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 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해당 군부대는 강녕반도 앞 북측 연안에 부유물을 탄 A씨(북측은 불법 침입자로 표현)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북측에 따르면 A씨는 처음 한 두번은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면서 이후에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

북측은 단속명령에 불응한다고 판단, A씨에게 더 접근하며 두 발의 공포탄을 쐈다. 그러나 A씨는 놀라 엎드렸는데, 이때 A씨가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북측은 이 과정을 설명하며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 부연했다.

북측은 해상경계근무 규정의 행동준칙에 따라 40~50m 거리에 있는 A씨를 향해 10여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과 소리가 없었고, 북측은 10여m까지 거리를 좁혀 접근했다. 그러나 이미 A씨는 부유물 위에 없었고 대신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는 게 북측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북측은 A씨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했고,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에서 소각했다고 한다.

◇‘시신’ 소각 여부, 남북 주장 엇갈려…월북 진술 여부도 미궁


이같은 북측의 설명은 전날 시간대별 상황을 밝힌 우리 군의 입장과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우선 A씨의 시신이 없어 부유물만 태웠다는 북한 측 주장과 달리 우리 정부는 ‘북한군이 시신에 접근해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며 강력 규탄했다.

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전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러한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도 “북한군이 비무장한 우리 국민에게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운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서주석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안보실 1차장은 “북한군이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고, 저항 의사가 없는 우리 국민을 총격·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북한군의 이런 행위는 국제규범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로 정부는 이를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통전부는 이를 의식한 듯 통지문에서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우리 군의 첩보를 종합한 판단과 일부 차이가 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조사와 파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우리 측은 북측이 A씨로부터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지만, 북측의 통지문에는 관련 내용이 없다. 되레 A씨가 신원 확인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