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건영 "박왕자·연평도·목함지뢰 北 사과 표명 있었나"
이낙연 "천안함 피격 때 비하면 北 상당한 태도 변화"
태영호 "與, 김정은 사과 가지고 가해자 입장 두둔해"
조태용 "대북 메시지 바꿀 상황에 유엔 연설 중요한가"
북한이 25일 연평도 실종 공무원 피살 및 시신훼손 사건에 대한 통지문에서 유감을 표명하고, 사건 경위를 설명한 가운데 이에 대한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여당은 신속한 사과 표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야당은 여당이 가해자 편을 들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북한의 사건 경위 해명에 대한 진위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 전통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 메시지가 담겼다는 점, 그리고 신속하게 보내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렸던 윤 의원은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역대 북의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과, 유감 표명을 한 적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이 장관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이렇게 신속하게, 또 미안하다는 표현을 두 번씩이나 사용하면서 이렇게 북의 입장을 발표한 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 의원은 “박왕자씨(금강산 피살) 건, 연평도 목함지뢰 사건 때 북에 유감 표명을 요구했는데 그에 대한 북의 사과나 유감 표명이 있었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 장관은 “이렇게 명시적인 표현이 있었던 적은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윤 의원은 “이번처럼 우리 정부의 공식적인 요구에 의해서 바로 이렇게 나온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낙연 의원 또한 “우리 어업지도원이 실종돼 참담한 희생을 당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큰 충격을 감출 수 없다. 우선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께 마음의 위로를 전한다”라고 말한 뒤 곧바로 통지문을 평가했다.
이 의원은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에서도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느끼는 것은 북측 지도부가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파악한 사건의 경위가 이렇다, 김정은 위원장도 미안하다는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북측 나름의 조치에 대해, 이런 것들은 변화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북측의 태도에 비하면, 천안함 피격도 포함된다, 상당한 정도의 변화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김영주 의원은 “북한이 최고지도자 명의로 우리 국민이 살해된 것에 대해 미안하다 사과를 했고, 시신을 태우지 않았고 부유물을 태웠다고 했다”며 “그런데도 야당 의원들은 (북한이) 그 시신을 태운 것으로 전제하고 질문하고 있다”고 겨냥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시신을 훼손한 게 아니라 부유물을 태운 것이라고 주장한 북한 전통문의 진위 여부부터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가해자 측의 일방적인 해명이기 때문에 그것은 공신력 있고 객관적인 조사가 따로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공신력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이것을 UN 책임 하에 국제공동조사로 진실을 밝힐 것을, 외교 당국이 그런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강 장관은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답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은 여당 의원들이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태 의원은 “울분을 토해야 할 이 자리가 김정은의 (통지문) 그 한 장 가지고서 ‘얼마나 신속한 답변이냐’, ‘미안하다는 표현이 두 번 들었다’ 이러면서 가해자 입장을 더 두둔하는 자리로 되고 있다”며 “시체를 불태웠느냐를 떠나서 무고한 우리 국민이 죽은 마당에 국회의원이 어떻게 가해자 편에서 가해자의 입장을 국민들한테 잘 납득시킬까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여당이 가해자의 편을 들었다는 표현은 굉장히 위험하고, 여당 의원의 사고와 인식을 모독하고 폄훼하는 것”이라며 태 의원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태 의원은 “저는 어떤 한 의원이 이것을 가지고 이야기했으면 괜찮다. 그런데 (여당) 의원들마다 이 편지를 계속 이야기하니까 화가 난다”며 “재발 방지 토의 하는데 (시간) 써야지, 국민이 이 편지의 미안하다는 표현이 몇 번인지 그런 내용을 듣자고 하나. 참담하다”고 맞섰다.
정부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종전선언’, ‘비무장지대 평화지대’ 등의 메시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 예정대로 전파를 탄 데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청와대가 22일 오후 사건 관련 첩보를 보고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종자가 북한군에 사살될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종전선언 메시지가 담긴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 연설은 이달 17일에 제출돼 23일 오전 1시26분(한국시간)께 중계됐다.
외교관 출신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대북 메시지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상황인데 (유엔총회 연설)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가”라며 “이 정도로 중요한 일이 생겼다면 대통령 연설 안 해도 된다. 다른 방법으로 메시지를 냈어도 됐다. 의전적 필요성에 휘말려 대통령이 엉뚱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연설을 하도록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제가 보기에는 외교안보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야당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22일 오후 6시30분경에 보고를 받았다면 당연히 국민 생명을 구하라고 지시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살해된 후에 ‘매우 유감스럽다. 어떤 것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는 이런 말씀만 했다. 매우 유감스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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