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10여발 쏴 사살” 통지문
“시신 못찾아 부유물만 불태워”… 우리 軍의 ‘시신 훼손’ 발표 부인
김정은 “南동포에 실망 줘 미안”
靑, 文대통령-金 오간 친서 공개
북한이 25일 통지문을 보내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시신을 불태웠다는 우리 군의 발표를 부인하며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만행’ 등과 같은 불경스러운 표현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를 전했지만 책임자 처벌 등 정부 요구에 대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25일) 오전 북측에서 우리 측에 보내온 통지문 내용을 말씀드린다”며 북한의 통지문을 공개했다. 대남공작을 담당하는 통일전선부 명의의 통지문에서 북한은 “(22일 저녁)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했다. 이어 “(사격 후) 확인 수색했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위)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됐다”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했다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으로 잔혹한 살해 과정을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날 군이 감청 정보 등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씨가 사망한 시간은 오후 9시 40분으로 북한의 설명처럼 80m 밖 해상에서 신원 확인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것. 또 군은 이 씨가 월북 의사를 밝혔다고 했지만 북한은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통전부는 “김정은 동지는 가뜩이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병마의 위협으로 신고하고 있는 남녘 동포들에게 도움은커녕 우리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여 문 대통령과 남녘 동포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 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서 실장은 이날 오후 두 번째로 브리핑에 나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를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친서에서 김 위원장의 수해 현장 시찰에 대해 “생명 존중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2일 친서에서 “대통령께와 남녘 동포들에게 가식 없는 진심을 전해드린다”고 했다. 청와대가 정상 간 친서 전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무참히 짓밟힌 초유의 사태를 친서 한 장, 통지문 한 통으로 애써 덮고 ‘실수’였다고 편들어 주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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