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제안한 국회 차원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여부가 추석 직전 여야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은 지난 25일 오전 김태년 원내대표가 직접 제안한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이 북한 측 사과로 불필요해졌다고 보는 반면, 국민의힘은 ‘사과는 사과고 진상 규명은 진상규명’이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밝힌대로 28일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의힘이 주장한 긴급현안질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북한이 사과를 했고 청와대가 공동조사를 요구한 상황이어서 당초 계획한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도 긴급현안질의도 불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따라 주말 사이 계획했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고심 중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긴급현안질의는 (북한의) 사과요구, 재발방지대책 등을 위한 것인데 이미 (북한이) 사과를 표명했고 재발방지대책 마련 의사를 밝혔다”며 “그러니 긴급현안질의와 결의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 추진한 대북 규탄 결의안의 목적이 이미 달성됐기에 추진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설명이다.
추석연휴 직전인 28일 본회의에서 야당에 긴급현안질의라는 ‘공세의 장’을 깔아주는 것도 여당으로서는 내키지 않는 부분이다. 이날 오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북측에 대해서 추가 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하고 필요하다면 북측과의 공동조사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기에 상황을 더 두고 보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여당이 먼저 제안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스스로 철회할 경우, ‘국민 안전보다 북한 심기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느냐’는 야당의 공세가 불 보듯 뻔해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야당이 청와대 책임론을 제기하며 여당을 싸잡아 비판할 경우 추석 밥상머리 민심 악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의힘과 협상을 거쳐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정도의 수위로 ‘톤 다운’하는 결의안으로 결론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지난 25일 KBS 인터뷰에서 “(남북이) 시신의 수습, 사건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공동조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남북공동조사를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북한의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 소재를 분·초 단위로 낱낱이 따지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의 사과 뿐 아니라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및 긴급현안질의를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청와대 앞 1인시위에 나서는 등 총력전을 벼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뉴스1과 통화에서 “북한 전통문 발송 이후 (민주당의 입장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가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긴급현안질의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긴급현안질의를 끝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방법이 없다”며 “청와대 앞에서 방석을 깔고 앉는 1인 시위 계획도 세웠다”고 대여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북한의 우리 국민 사살·화형 만행 진상조사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열고 정부와 여당을 정조준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전통문과 면피성 사과로 이번 사건을 덮으려 한다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해행위가 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적반하장식 책임 회피만 가득한 북한의 통지문을 보고 청와대와 여당은 김정은 칭찬에만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47)씨의 형 이래진(55)씨와 비공개 면담을 가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유족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 사망한 공무원 A씨의 시신 수습 송환을 위해 정부 측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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