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보기관 출신 탈북자 “김정은 사과는 계산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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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7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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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4.27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8.4.27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서해상에서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된 사건과 관련해 ‘사과’ 입장을 내놓은 것은 한국 내 여론을 염두에 둔 ‘계산된 전략’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북한 정보기관 출신의 한 탈북 인사는 27일 보도된 일본 후지TV와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는) 상대방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마음을 전하기보다도 한국 국민에게 ‘김 위원장은 인덕이 있다’는 이미지를 확산시키기 위해 이용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지난 21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된 한국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공무원 A씨가 이튿날 북한 수역에서 북한군에 피격돼 숨진 사건과 관련해 25일 한국 측에 보낸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명의 통지문을 통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사건 경위를 설명했다.

특히 이 통지문엔 김 위원장이 “우리(북한) 측 수역에서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문재인 대통령과 남녘 동포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더해준 데 대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전해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국내외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특정 사안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힌 건 극히 이례적이란 이유에서다.

그러나 북한 측은 이번 통지문에서 “북한군이 A씨의 시신을 해상에서 태웠다”는 한국 측 발표와 달리 자신들이 태운 건 “침입자(A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한 정보기관 출신 탈북자는 “(북한의 통지문은) 시신을 태웠다는 야만적 이미지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인의 불법 월경이 사건의 계기가 됐다’며 한국 측에 책임이 있음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탈북 인사는 또 “북한은 ‘미안하다’는 말을 앞세우면서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건 북한이고 그 주인은 김 위원장이란 점을 표면화했다”며 “동시에 (이번 통지문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자연재해 속에서도 북한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 즉 ‘사과’는 했지만 ‘사과가 목적은 아니다’고 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탈북 인사는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를 놓고 “한국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좋은 실마리를 찾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앞으로 한국 국민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의 ‘미안하다’ 발언에 대한 평가를 놓고 국론이 분열될 것이다. 이게 북한이 노리는 대남전략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통지문과 별도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최근 친서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남북관계 냉각을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하는 문 대통령의 일방적 바람에 김 위원장이 답신을 보낸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가 나빠지든 좋아지든 내부적으론 아무 영향이 없지만 문 대통령은 다르다. 정치적 사활이 걸린 문제”라면서 “그러나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긴 간단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북미관계에 전력을 쏟으면서 그에 필요한 범위만큼만 한국의 지원을 확보하는 정도로 남북관계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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