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인근 북한 해상에서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47) 피살 사건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이 해소되지 못한 채 미궁에 빠지고 있다. 북한은 이번 총격 사건을 자체 조사한 통지문을 보내왔지만 우리 군 당국의 설명과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서다.
그럼에도 북한은 ‘시신을 수습하면 넘겨주겠으니 영해 침범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까지 내놓으면서 청와대가 제안한 ‘남북 공동조사’ 요구에 선을 그었다. 퍼즐을 함께 맞출 기회가 사라진다면 진실 규명도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방부 또한 지난 24일 북측의 해수부 실종 공무원 사살과 시신 훼손 발표 이후 나흘째 침묵을 지키며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 연평도 실종자 피격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우리 정부와 북한은 Δ월북 시도 정황 Δ총격 상부지시 Δ시신 훼손 여부 등을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군 당국은 통신신호를 감청한 첩보 등을 바탕으로 숨진 공무원 A씨가 자진 월북 시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군 측에 월북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식별했다는 게 주요 근거다.
반면 북측은 25일 보낸 통지문을 통해 ‘장기 표류로 기진맥진한 우리 공무원을 80m 떨어져 검문한 후 답변을 하지않는다는 이유로 사살했다’면서 A씨가 월북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우리 군의 입장을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군 당국은 아직까지 북한의 자체조사 내용이 담긴 통지문과 관련해 추가로 내놓을 입장은 없다는 반응이다. 군은 판단의 근거가 된 ‘첩보’ 내용과 출처도 구체적으로 공개 못한다는 입장이다. 군 내부적으론 북한의 해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경은 자진 월북이 아닌 표류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A씨가 실종 이전 근무를 했던 어업관리선의 항해장비와 공용 컴퓨터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벌이고, 휴대폰 통화내역 및 금융·보험 계좌를 들여다보는 등 실종 전 행적을 추적하고 있다. 다만 해경은 현재까지 A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점을 뒷받침할 정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 상황과 관련한 설명도 엇갈린다. 군 당국은 최초 발견 이후 6시간 만에 A씨가 피살됐고, 사격 직전 북한군 해군사령부 계통 상부의 지시를 받은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북한은 현장에 있던 정장이 해상경계 근무규정 행동준칙에 따라 사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의 지시없이 일선 경비선 정장이 남측 사람을 사살할 수 있었겠는 가’하는 의문에 대한 당국의 설명은 없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군은 북한군이 총격 후 시신을 불태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반면, 북한은 시신이 아닌 부유물만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이 점 또한 북측이 우리의 공동조사 요청에 대해 선을 긋고 ‘영해 침입’에 대해 경고하면서, 당장 북측의 시신 발견 소식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북한은 27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남측이 자기 영해에서 그 어떤 수색 작전을 벌리든 개의치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측 영해 침범은 절대로 간과할수 없으며 이에 대하여 엄중히 경고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서남해상과 서부해안 전 지역에서 수색을 조직하고 시신을 습득하는 경우 관례대로 남측에 넘겨줄 절차와 방법까지도 생각해두고 있다”고 전했다.
추가조사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 없이 “남측에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조사통보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남북 공동조사는 둘째치고 북한의 자체적인 추가 조사도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현 단계에서 의혹을 해소하고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공동조사다. 이런 배경으로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자체 수색 발표에도 불구하고. 피격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를 공식 요구했다.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은 “남과 북이 각각 파악한 사건 경위와 사실관계의 차이점이 있으므로 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며 “남과 북이 각각 조사한 결과에 구애되지 않고 열린 자세로 함께 밝혀내길 바란다. 이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 복구와 재가동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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