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사건 조사와 수습을 위한 북한과의 협력을 추진하면서 남북관계 개선도 모색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부터 4시30분까지 청와대에서 긴급안보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피격 사건 조사 및 수습 방안에 관해 논의했다.
문 대통령이 예정에 없던 회의를 긴급하게 개최한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대통령을 향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는 야당의 비판을 우회적으로 반박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공무원 A씨 실종을 최초로 보고받은 뒤 24일 피격 사건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때까지 문 대통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침묵했다는 이른바 ‘47시간’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또 A씨 피격 사실이 23일 오후 10시30분 청와대에 보고된 뒤 이튿날(24일) 오전 1시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 회의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개최됐다. 오전 1시26분부터는 문 대통령의 ‘종선선언’ 메시지가 담긴 유엔(UN)총회 기조연설 영상이 방영됐다. 문 대통령은 회의 종료 6시간 만인 24일 오전 8시30분 피격 사건에 관해 최초 보고를 받았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 청와대에 정말 계시는지, 제대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는지 여쭤보기 위해 나왔다”며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날 회의 결과에는 이번 회의 결과는 ‘협력’, ‘협조’, ‘소통’, ‘군사통신선 복구 및 재가동’ 등 내용이 강조되는 등 사건의 공동 조사 및 수습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시도도 엿보인다.
북측이 지난 25일 보낸 통지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의 뜻이 담긴 것도 문 대통령의 움직임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통지문 발표 직후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건 발생에 앞서 교환한 친서 전문도 공개하며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고, 물밑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문 대통령과 관계장관들은 북측의 신속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Δ조속한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조사 Δ조사를 위한 소통과 협의, 정보교환을 위해 군사통신선 복구와 재가동 Δ사실 규명과 유족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 위해 시신과 유류품 수습 노력 Δ시신 및 유류품 수습 위한 정보교환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난 24일 발표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회의 성명과 문 대통령 지시사항이 ‘강력 규탄’, ‘매우 유감’, ‘용납될 수 없다’ 등 표현으로 북한의 책임을 강조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유족을 위한 시신과 유류품 수습을 강조한 것은 인도주의적 접근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그동안의 흐름과도 맞닿은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돼지열병, 호우피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보건협력을 북한에 제의해왔다. 지난 23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북한이 포함된 ‘동북아시아 방역·보건협력체’ 창설을 제안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움직임에도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 결과에 관해 “고인과 유족에 대한 조의와 사과 표명이 첫 번째가 되는게 인간의 도리 아니냐”며 “북측 지도자의 한마디 사과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우리 국민들의 피눈물 나는 현실을 외면한 채 ‘긍정적’이라는 말을 썼다”고 비판했다.
또 국방부가 지난 22일 총격 사건이 발생한 뒤 이틀 만인 24일 사건을 공식 발표한 것은 ‘첩보 분석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음에도, 북한의 결과와 일부 다른 것으로 나타나자 ‘공동 조사’를 제안한 것은 모순적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방부는 사건을 공식 발표하면서 “만행을 저질렀다”, “만행에 대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고 강조했는데, 김 위원장의 사과 직후 ‘만행의 책임’이 있는 북한에 협력하자고 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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