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리 국민 사살]
“北사과로 상황반전? 조심스럽다”
내달 北-美 깜짝 이벤트 관측엔 “모든 가능성 대비하고 있을것”
김현종은 친서 교환 직후 방미… 靑 “종전선언과는 무관” 선그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사건에 대해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와 긴급 조율에 나섰다. 정부 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직접 사과가 긴장 국면을 전환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됐으나 한미 당국 모두 ‘북한과 대화 재개를 적극 모색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다음 달 초로 추진 중인 한국 방문 때 보일 행보와 메시지를 놓고 한미 당국이 긴급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7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 등과 회동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 본부장은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사과로 상황 반전이 이뤄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관측은) 조심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현재 과제는 (사건의)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비건 부장관과 어떤 논의를 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도 “현재 상황의 안정적 관리, 그다음 대화 재개, 한반도 비핵화 등 과제를 어떻게 추진해 나갈지 협의할 것”이라며 ‘상황 관리’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낸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남북과 북-미 대화의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이 다음 달 초 방한해 ‘옥토버(10월) 서프라이즈’로 북한과 깜짝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는 일각의 관측은 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국무부는 25일 “(북한의 민간인 사살에 대한) 한국의 규탄과 북한의 완전한 설명에 대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과 비건 부장관 간 협의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입장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협의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도 “긴장 국면 고조를 어느 정도 완화하려 했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사과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 있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국민의 사살 사건은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가) 북한과 대화 재개를 논의하기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이번 한미 북핵 수석대표 간 협의는 북한이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반도 상황 관리를 위해 준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본부장은 다음 달 북-미 간 깜짝 이벤트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모든 가능성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남북이 국가정보원과 대남 공작부서인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북한의 25일 통지문으로 드러난 만큼 물밑 움직임을 통해 대화 국면을 만들어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친서를 교환한 직후인 16∼20일 비공개로 미국을 다녀온 점도 주목된다. 청와대는 27일 뒤늦게 이런 사실을 공개하면서 “김 차장의 방미는 (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밝힌) 종전선언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김 차장이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을 비롯한 국무부, 국방부, 에너지부, 상무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하는 등 역내 정세 등에 대해 협의했다”며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 행정부 및 조야의 한미 동맹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남북 정상은 김 차장의 방미 전인 8일과 12일 친서를 주고받았다. 이 때문에 김 차장이 친서 교환 결과를 미국에 전하고 미국에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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