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은 서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에 대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윤성현 해경청 수사정보국장은 이날 오전 중간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해경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 이후 실종 경위를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단순 실족 사고, 극단적 선택 기도, 월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실종자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고, 북측에서 실종자의 인적 사항을 소상히 알고 있었으며,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 실종자가 연평도 주변 해역을 잘 알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실종자는 월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해경 수사팀은 전날 국방부를 방문해 북측에서 이 씨만이 알 수 있는 본인의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던 점을 확인했다. 또 이 씨가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사실과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등도 확인했다.
특히 수사팀은 이 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해경은 이 씨의 발견 위치로 봤을 때도 단순 표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 씨의 실종 당시 조석, 조류 등을 고려해 볼 때 단순 표류일 경우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표류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씨의 실제 발견 위치와는 상당한 거리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윤 국장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해경은 어업지도선 현장 조사와 동료 진술 등을 통해 선미 갑판에 남겨진 슬리퍼가 A 씨의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선내 폐쇄회로(CC)TV에는 이 씨의 실종 전날인 지난 20일 오전 8시 2분까지 731개의 동영상이 저당돼 있었으며, 분석 결과 이 씨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다. CCTV 하드디스크 원본 등도 국과수에 제출해 분석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한편 해경은 이 씨의 금융 계좌를 조사한 결과 3억3000만원 규모의 빚이 있는 것으로 파악했으며, 이 가운데 도박으로 2억6800만원의 빚을 지게 된 것으로 확인했다.
다만 윤 국장은 “단순히 채무가 있었다는 정황만 갖고 월북이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발표한 대로, 저희들이 파악한 자료들을 통한 수사 결과를 통해 월북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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