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무원 피격사건’ 시간별 대응에 관해 “있는 그대로 상세하게 공개했다”는 입장이지만, 보고와 지시 사이의 시간에 관해 더 상세히 밝히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문 대통령이 공무원 A씨 실종을 처음 보고받은 뒤부터 피격 사건을 공식 발표할 때까지 문 대통령의 행적에 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이 2017년 1월 “대통령의 24시간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공공재이기 때문에 공개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하며 더 상세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문 대통령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A씨가 북한에 발견됐다’는 내용의 서면보고를 22일 오후 6시36분 받고 구조 지시를 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가에 관한 의혹이다.
국방부 발표에 의하면 북한군은 21일 오후 9시40분 사살했다. 문 대통령에게 실종 보고가 이뤄진 뒤 3시간 동안 생존해 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쉽게 부각되는 것은 남북 간의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군사통신선이 가동되고 있었다면 우발적 군사적 총돌이나 돌발적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 발생 전인 9월8일과 12일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환이 이뤄졌고, 사건 후에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의 통지문을 전달받아 오는 등 물밑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받은 뒤 이와 같은 핫라인을 통해 A씨 송환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적어도 구조나 송환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는 지시 정도는 나왔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두번째는 22일 오후 9시40분 A씨 피살 후 이튿날 오전 1시~2시30분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 안보관계장관회의가 열렸음에도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6시간이 걸린 점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청와대에 첫 보고가 이뤄진 22일 오후 10시30분으로부터는 10시간 만이다.
장관들이 모여 정보의 신빙성을 높이는 논의를 끝낸 새벽 2시30분이라도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심야회의는 새벽 2시30분 끝났고, 사실로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6시간 뒤 대통령께 정식 보고됐다”며 당시 심야회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첩보가 불확실한 상태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 “교전 상태도 아닌데 대통령을 새벽 3시에 깨워서 보고한다는 말인가”(설훈 의원)라는 두둔성 해명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지금이 조선 시대 왕조인가”라며 “왕께서 침수 드셨으니 아침에 기침하시기 전에는 백성 한 명 죽는 정도로는 깨우지 말아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오전 1시에 관계 장관들이 청와대에서 회의를 여는데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건 직무유기에 가깝다”며 “그런 중대한 회의가 소집될 상황에 대통령을 깨우지 못했다면 국가 시스템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 ‘왜 일찍 대통령에 보고하지 않았나’라고 했더니 답변이 ‘새벽이어서 그랬다’는 얘기”라며 “대통령께서 주무시기 때문에 깨울 수가 없어서 그랬다는 뜻으로 들린다. 국민의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는데 말이 되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피격’ 보고(24일 오전 8시30분~9시)를 받은 지 26시간이 지난 24일 오전 11시에야 국방부의 공식발표가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여전히 청와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첫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이 “첩보 또는 정보의 정확성과 이를 토대로 한 사실 추정의 신빙성을 재확인하고 사실로 판단될 경우 국민들에게 그대로 밝히고 북한에도 필요한 절차를 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통령의 첫 지시에 따라 북한에 관련 사항을 확인하는 등의 정보 재확인 절차를 진행하는 작업에 하루 이상이 더 소요된 셈이다.
좀 더 신속히 피격 사실을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한편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실 확인을 요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야권을 중심으로는 남북관계 악화를 우려한 나머지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지체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군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던 것은 감시장비에 관측된 불빛뿐이었고 나머지는 ‘토막토막의 첩보’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사실관계를 추론하고 그 정확성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한다.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뒤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라고 지시한 것도 보고 당시에도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매우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한 뒤 “거듭거듭 신뢰성이 있는 건지, 사실이라고 판단할 수 잇는 건지” 물었다고 한다.
북한군의 남측 비무장 민간인 총격 사살 및 시신 훼손은 그 자체로 중대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를 공개하고 행동을 취하기 전 충분한 사실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강 대변인은 “한반도를 대결구도로 되돌아가게 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안보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고심하는 지점은 위기관리일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공식입장을 표명하고 관련한 회의를 주재하는 일련의 과정은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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