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 훼손 여부 판단은 또 ‘보류’…언제 최종 결론 내나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회의실에서 연평도 실종공무원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9.29/뉴스1 © News1

해양경찰청이 실종 후 북한 해역에서 발견, 피격 사망한 공무원 A씨가 월북했다고 사실상 단정 발표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시신 훼손 여부는 또 ‘보류’ 판단을 내려 의혹은 멈추지 않는 상태다.

해경은 29일 진행한 A씨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씨가 ‘자진 월북’한 정황을 설명했다. A씨가 북측에 자신의 신상을 소상히 설명하고 월북 의사를 밝힌 정보를 국방부로부터 공유받았다는 것이 해경의 설명이다. 또 그가 2억6800만 원가량의 도박 빚도 있다는 것이 자진 월북을 설명하는 하나의 근거로 제시됐다.

이는 국방부가 이미 감청 등 정보자산의 활동, 미국 측과의 정보 공유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한 것과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해경의 ‘상세한’ 설명은 우리 군의 감시자산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으며 이를 근거로 한 첩보 분석도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쟁점 중 하나인 A씨의 사체 훼손 여부는 해경에서는 다시 판단을 보류했다. 앞서 군은 북한군이 A씨를 사살한 뒤 시신을 훼손했다고 밝혔으며, 북측의 ‘사실상 부인’에도 불구하고 군은 이 같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과가 담긴 북측의 통지문이 온 뒤 청와대와 정부의 대북 기류가 바뀌저 군은 ‘첩보를 바탕으로 다시 판단을 내려보겠다’라고 일부 입장을 유보한 상태다.

이런 정부 당국의 행보에 ‘북한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이 또 제기된다. 눈으로 정황을 확인할 수 없는 지역에서 발생한 A씨의 월북 의사 타진에 대해서는 군 감시자산을 근거로 확신하면서 시신 훼손 여부는 최종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5일 청와대에 보낸 통지문에서 A씨를 사살한 것은 사실상 인정했으나 북한군의 총격 이후 A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시신이 유실됐다는 주장이며, 남측에서 관측한 불꽃은 시신이 아니라 A씨가 타고 있던 부유물을 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북측의 설명에도 군은 ‘원론적 입장 유지 하에 재검토’라는 스탠스다.

다만 이날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이번 사건의 두 핵심 쟁점 중 하나인 월북 경위는 자세히 밝히면서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를 하지 않은 것은 판단 보류 외에 다른 정치적 판단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30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돼 여론의 관심이 주요 사안에서 잠시 멀어지는 것을 의식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간을 끌다 시신 훼손 여부는 결국 ‘미스터리’로 남기려는 의도 아니냐는 뜻이다.

다만 남북이 모두 A씨의 시신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사안을 대응하는 것이라는 반박도 있다.

특히 우리 측이 제안한 ‘공동조사’에 북한이 공식적으로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국이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한 남북 공동조사 성사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편으로는 국가정보원과 통일전선부 간 ‘비선 라인’의 소통이 다시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우리가 요구한 ‘추가 조사’, ‘공동조사’에는 응하지 않되, 나름의 추가적인 설명이나 정보 공유를 해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당국이 A씨의 시신 훼손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을 언제 내릴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돼 적절한 발표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해경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A씨의 유가족이 크게 반발하고 있고, 관련 논란의 수위가 잦아들지 않고 있어 연휴 사이에도 전격적인 ‘최종 판단’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