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휴가 승인’ 없었다는 진술 나왔는데… 檢, 수사 서둘러 종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30일 03시 00분


[‘추미애 檢수사 결과’ 파장]
‘추미애 아들 휴가’ 풀리지 않은 의혹

“3차 휴가 승인이 있었다는 판단은 불안하지 않느냐.”

대검찰청은 지난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서모 씨(27)의 카투사(KATUSA·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휴가 특혜 의혹에 대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수사 미진을 지적했다고 한다. 휴가 미복귀 논란의 도화선이 된 서 씨의 19일 병가 후 ‘3차 휴가’ 연장 승인 여부가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휴가 처리 과정에서 추 장관의 의원 시절 보좌관 최모 씨와 3차례 통화한 미2사단 지역장교 김모 대위의 진술이 수사 막바지에 번복되면서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결과에 책임지겠다”며 수사 결과 발표를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엇갈린 진술 외에 결정적 증거 없이 수사 종결

대검은 휴가 승인 사실이 기재된 2017년 6월 30일 부대 면담일지가 서 씨가 휴가에서 복귀한 뒤 사후 작성됐다는 점에서 내용의 진정성이 다퉈질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결과 발표를 밀어붙인 이유는 휴가 승인권자인 지역대장 이모 중령과 지원반장 이모 상사가 나눈 휴대전화 통화 녹취록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울동부지검은 수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7일에야 이 증거를 대검에 뒤늦게 제시했다. 올 6월 녹음된 이 대화에는 “김 대위가 (서 씨의) 병가 연장이 안 돼 (3차) 정기휴가 4일을 처리했다고 하더라”는 전언이 담겼다. 이 상사와 김 대위, 이 중령 등 부대 관계자들이 차례로 검찰의 1차 조사를 받던 때였다. 당시 김 대위는 검찰 조사에서는 3차 휴가에 대해 “기억이 없다. 관여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 때문에 수사팀은 비슷한 시기 검찰과 주변에 한 말이 서로 엇갈린 점을 들어 김 대위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했다.

하지만 서울동부지검 수사 결과 보도자료에 담기지 않은 ‘중대한 사정 변경’은 따로 있었다. 서 씨 휴가 승인 과정을 증언했던 ‘키맨’ 김 대위가 수사 초기 진술을 막판에 번복한 것이다. 김 대위는 앞선 조사에선 보좌관 문의 전화를 받고 상급자인 지원대장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최근 추가 조사에서 “기억에 착오가 있었다”며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이 중령으로부터 휴가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였다. 김 대위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3년 전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겨 확보한 자료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서 씨 3차 휴가를 구두 승인했다고 주장하는 이 중령 역시 당시 관련 보고를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휴가 처리 관련 핵심 증언의 변경이었지만 서울동부지검은 김 대위의 새 진술을 수사 결과에 반영하지 않았다. 다만 서 씨 등에 대한 불기소결정문에 “설사 (휴가) 승인 여부가 불명확하다고 본다고 하더라도 서 씨의 위법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며 스스로 최종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표현을 썼다.

○ 보좌관의 카카오톡 앱에서 추 장관 메시지 발견


서울동부지검은 추 장관의 거짓말 논란을 부른 추 장관과 최 전 보좌관이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복원해냈다. 최 전 보좌관이 2017년 사용하던 휴대전화 기기는 이미 교체된 상태였지만 수사팀은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 추적을 통해 추 장관이 보좌관에게 김 대위 휴대전화 번호를 미리 알려주고, 아들과 통화하라고 지시한 내용 등을 복원해냈다. 형사사건 수사공개심의위 의결을 통해 대화 원문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추 장관을 고발한 국민의힘 측은 조만간 항고할 예정인데, 서울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한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청탁금지법 등 유무죄 판단을 가를 수 있는 3차 휴가 처리 관련 핵심 진술이 번복됐음에도 수사팀이 이를 무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충분히 항고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위은지 기자
#3차 휴가 승인#추미애#아들#검찰#종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