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 결심해 사살’ 北주장과 달리 정장 ‘처리 어떻게’ 묻자 상부 명령
정부관계자 “감청으로 확실한 결론”, 靑 부인… 암호교신 여부는 안밝혀
野 “합참, 시신 태운것도 맞다고 해”
북한군이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 씨(47)를 살해할 당시 사살 여부를 상부에 묻고 상부가 이를 지시하는 내부 교신을 군 당국이 감청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씨에게 총격을 가한 단속정 정장(대위급)이 결심해 이 씨를 살해했다는 북한의 25일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특히 이런 내용이 파악된 감청 정보가 청와대에 보고됐다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더 빨리 보고되고 당국이 신속한 대처에 나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2일 오후 9시 이후 현장에 있던 북한군 단속정 정장이 상부에 이 씨를 ‘어떻게 처리해야겠느냐’는 취지의 보고를 했고 이후 해군사령부의 지시를 받아 이 씨를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오후 9시 40분경엔 이 씨를 사살했다는 조치 결과가 현장에서 북한 상부에 보고됐다고 한다. 교신엔 ‘사살’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를 의미하는 은어 등 암구호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합참은 28일 국민의힘 ‘북한의 우리 국민 살해 만행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측에 “북한군이 이 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웠다는 군의 24일 첫 발표가 정확하다”고 밝히면서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정면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에 따르면 합참은 “북한에서 출동한 함정은 동력선이었으며 엔진이 가동 중인 상태였다”고 밝혔다. 여기에 바다 소음까지 더해져 북한의 주장처럼 80m나 떨어진 거리에서 이 씨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했다는 것. 국민의힘은 합참 브리핑을 바탕으로 “시신일지라도 구명조끼를 입고 있어 총을 맞아도 물에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기름을 붓기 위해 시신에 근접한 것이고 이후 기름을 붓고 부유물과 함께 시신에 불을 붙인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도 이런 평가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29일 북한군이 이 씨 살해 전 사살 여부를 상부에 문의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북한군이 별도의 해독이 필요한 비문(秘文)이나 다른 은어 등을 통해 이런 교신을 나눴다는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군의 24일 발표는 한미연합 정보자산, 대북감청으로 수집된 특수정보(SI) 등을 바탕으로 내린 확실한 결론”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살 당시 상황에 대한 감청 내용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편 해양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등 신상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신분 확인 요구에 이 씨가 얼버무렸다는 북한의 주장과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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