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을 공식 방문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29일(현지시간) 북한군에 의한 우리나라 공무원의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해 “1953년 이후 (남북의) 정전체제가 얼마나 불안정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의장은 이날 스웨덴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한-스웨덴 의회 회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웨덴 의회 측에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을 설명한 박 의장은 “다행인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사건 바로 다음날 사과와 유감 표명을 했다는 것”이라며 “과거에 없었던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장은 종전을 논의한 4·27 판문점 선언 등 남북 간의 합의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국 의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박 의장은 지난 7월 제헌절 경축식에서 북측 최고인민회의 대표에게 남북 국회회담을 제의한 바 있다.
박 의장은 “북한에 남북 국회회담을 제안하고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남북 국회 지도자들이 진정성을 갖고 만나자고 했다”며 “이러한 제안들에 대해 북한 당국이 진정성 있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제안이라고 신뢰를 갖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남북문제의 책임 있는 당사자는 남북한이어야 한다”며 “북한 당국도 남북당국 간 합의가 있어도 우리 의회의 동의와 지지가 있어야 합의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스웨덴 의회 측에 “한반도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북한과 대화 노력을 계속할 것이고 미국, 스웨덴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보조를 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 의장은 스웨덴 정치 제도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치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우리나라 제도 개선 문제도 논의했다.
박 의장은 “한국은 아직 협치의 문화가 정착하지 못했는데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헌법제도의 문제”라며 “우리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대통령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이어서 타협의 문화가 잘 정착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치의 건전한 타협과 대화의 정치문화가 바로 협치를 이끌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며 “스웨덴의 타협의 문화를 잘 배우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와 달리 모든 의석이 비례대표인 스웨덴에서는 한 정당이 의석을 독식하기 쉽지 않아 여러 정당이 손을 잡고 내각을 구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날 회담은 스웨덴의 안드레아스 노를리엔 국회의장과 국방위원장, 외교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우리 측에서는 박 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조응천·박완주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회 야당 간사인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다.
한편 박 의장은 이날 의회 회담 이후 스톡홀름에 위치한 한국전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한 뒤 노를리엔 의장과의 단독 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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