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평중 한신대 정치철학과 교수는 최근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소환해 화제를 모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가황(歌皇) 나훈아를 언급하며 “우리는 장안의 지가를 올린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藝人)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한다”고 했다.
윤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 유명인이 한가위 명절에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소환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KBS에서 방송한 공연에서 ‘세상이 왜 이래’ 등의 가사가 담긴 신곡 ‘테스형!’을 불렀다. 유 이사장은 같은 날 유튜브 방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 군주에 비유했다가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계몽 군주 가지고 그렇게 떠드는 분들이 어떤 사람이냐 하면, 2500년 전에 아테네에 태어났으면 소크라테스를 고발했을 사람들”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가수 나훈아는 KBS 공연에서 부른 신곡 ‘테스형’에서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불렀다”면서 “‘어용 지식인’(그 자신이 자청한 표현이다) 유시민은 자신의 ‘김정은 계몽군주’론을 비판한 이들을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아테네의 우중(愚衆)에 비유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너 자신을 알라’는 델포이의 신탁을 체현한 철학자”라며 “가난과 세속적 평가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고, 세 번 보병으로 참전한 전쟁에서 아군이 세 불리해 후퇴할 때도 동료들을 추스려 가장 늦게 물러난 담대한 인간이었다. 전우들은 최일선의 극한상황에서 소크라테스가 보여준 용기와 평정심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크라테스가 어떤 사람인지는 그의 재판과 죽음의 풍경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며 “그는 군중에게 영합하지 않았으며 죽음으로써 지행일치(知行一致)라는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신고전주의자 다비드의 그림은 소크라테스의 의연함을 회화적으로 빼어나게 형상화했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나훈아 씨는 노래에 삶을 바친 장인(匠人)이자 자유인으로 보인다. 권력이나 돈 앞에서도 당당하다. 그만큼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세상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다 그같이 의연한 건 아니다. 정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며 “나훈아가 소크라테스를 ‘형’이라고 부른 게 난 아주 맘에 들었다. 소크라테스도 크지 않은 키에 평범한 용모(추남이라고 평한 기록도 있다)이지만 나훈아 같이 당당한 정신에 단단한 몸과 체력을 과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어용 지식인임을 자부하는 유시민 씨와는 달리 소크라테스는 권력에 대한 아부를 경멸했다. 소크라테스는 오직 진리추구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바로 이게 권력획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웅변술(궤변)을 돈을 받고 가르쳤던 소피스트들과,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차별화하는 결정적 지점이다. 소크라테스는 당대에 횡행한 궤변과 싸워 정론(正論)을 세우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끝으로 윤 교수는 “살아있는 권력을 결사옹위하기 위해 궤변을 농하는 어용 지식인이 스스로를 슬쩍 소크라테스에 비유하는 모습이라니”라며 “유시민 씨는 ‘김정은 계몽군주’설을 옹호하면서 자기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한 죄라며 동료 시민들의 무식과 무지를 개탄한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모든 아테네 시민 앞에서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는 장안의 지가를 올린 자칭 지식인보다, 광대를 자처하는 한 예인(藝人)이 소크라테스에 훨씬 가깝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서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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